2014년 4월 16일. 단원고 학생 324명 등 총 476명이 탑승한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침몰,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됐다. 사고 당시 정부 재난 컨트롤타워는 무용지물이었고 현장 대응은 우왕좌왕했다. 국민 모두가 실망했다. 뒤늦게 정부는 이 땅에서 다시는 참사가 없도록 하겠다고 단언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2015년 4월 16일 대한민국은 얼마나 안전해졌을까.
무수히 많은 재난안전관리 대책이 쏟아졌다. 기대가 높다. 반면에 우려도 크다. 앞다퉈 쏟아낸 대책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예산과 추진력이 부족하다. 수많은 재난안전관리 아이디어와 계획이 기반 없이 추진된다면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후 정부는 국가 재난안전관리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각계 전문가가 참여해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사고 당시 제 역할을 발휘하지 못한 해양경찰과 소방방재청 조직을 옛 안전행정부 재난관리조직과 통합해 국민안전처를 출범시켰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진 점은 대한민국 안전체계가 개혁됐다는 점”이라며 “사고 현장 대응체제를 강화한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부 ICT 기반 재난안전대책 추진
세월호 사고 후 ICT 기반 국가 재난안전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재난안전 대책은 사고 현장에서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먼저 세월호 참사 당시 ‘골든타임’을 놓친 주원인 중 하나인 산재된 긴급신고 체계 통합에 착수했다. 세월호 탑승 학생이 해양사건·사고 신고번호인 122를 몰라 119로 신고했으나 내용 전달이 늦어 초동 대처에 실패한 원인을 제공했다. 122 등 산재된 20개 신고번호 중 긴급신고는 112·119로, 비긴급 신호는 110으로 단일화한다. 올해 말까지 긴급신고번호 통합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무용지물이었던 해상교통관제(VTS)시스템도 국산 소프트웨어(SW)를 적용해 한국형으로 고도화한다. 진도VTS는 급변침 등 세월호 항적 이상 징후를 적절히 파악하지 못해 구조 골든타임을 놓쳤다. VTS에 국산 SW를 적용, 한국형 해상관제가 가능해졌다. 국민안전처는 올해 군산VTS에 시범테스트를 한 후 2016년까지 전국 18개 VTS에 적용한다.
사고 현장에 근접하는 소형경비정에 위성통신망을 설치, 현장 화면을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게 했다. 소형경비정이 세월호에 근접했지만, 현장 상황을 전송하지 못해 체계적 구조 지휘가 이뤄지지 못했다. 100톤급 소형정 30척에 위성통신망을 설치하고 60톤급으로 확대 적용한다.
위험 징후 감시, 예방·대비, 대응, 복구 등 전 단계에 계측센서, 지능형 CCTV, 시뮬레이션 기법 등을 활용한다. 풍수해 피해위험도예측시스템, 급경사지 계측센서 설치, 소하천 정보관리시스템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연간 6000억원 수준인 재난안전분야 연구개발(R&D) 예산도 확대한다. 재난안전과학기술분류체계도 제정한다.
◇한국형 재난대응 표준 모델 확립
한국형 재난대응 표준 모델도 확립했다. 국가재난통신망을 구축, 재난현장에 참여하는 기관 간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했다. 재난발생 초기 초동 대응은 소방과 해경이, 지방자치단체는 소방과 해경 활동을 지원한다. 수습단계가 되면 지자체가 총괄하고 소방·해경이 돕는다. 과거 대구지하철참사 후 논의된 국가재난통신망 통합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해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지휘명령체계가 일원화되지 못했다.
분산 추진되는 안전관리 총괄·조정기능도 강화했다. 국민안전처는 안전기준 심의·등록제, 재난안전예산 사전 협의권, 재난안전산업 평가, 재난안전 관련 위임위탁 업무 개선 등 부처에서 추진하는 안전관리를 지원, 강화했다.
대형사고 때마다 무용지물이라고 지적된 현장 매뉴얼을 행동절차(SOP) 위주로 정비했다. 3단계로 된 매뉴얼을 재난대응표준매뉴얼과 행동매뉴얼 2단계로 간소화했다. 스마트폰용 매뉴얼 앱, 휴대형 소책자를 만들어 매뉴얼 이용자가 항상 휴대하고 숙지할 수 있도록 했다. 형식적 재난대비 훈련도 시뮬레이션에 기초한 상시 반복훈련 체계로 강화했다.
소방과 해경 조직·인력·장비를 확충해 현장 대응력을 높인다. 소방은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119특수구조대를 확대 설치하고, 해경도 5개 해역으로 나눠 해양특수 구조대를 설치했다. 전국 소방헬기 관제시스템을 구축, 소방헬기 안전운항을 확보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유기적 협력을 위해 지자체에 재난사태 선포권도 부여했다.
◇소방·해경 통합해 국민안전처 출범
세월호 참사로 정부의 부실한 재난안전 관리 체계가 민낯을 드러냈다. 초동 대처에 미흡했던 해양경찰청에 비판이 거셌다. 정부는 컨트롤타워 재정비를 위해 해경을 해체하고 안전행정부 안전본부, 소방방재청을 통합해 지난해 11월 국민안전처를 출범했다.
정원 1만39명의 대형 조직인 국민안전처는 육·해상 재난대응, 안전관리 총괄 등을 맡았다. 합참차장 출신 박인용 장관이 첫 국민안전처 수장을 맡았다. 해상관제 체계를 개선하는 등 현장 대응능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마련했다.
올해는 육상 30분 내, 해상 한 시간 내 특수구조대 현장대응, 생애주기별 안전교육, 국가안전대진단 등을 추진한다. 상반기 충청·강원권, 호남권 2개 권역에 119특수구조대를 확대 설치하고 동·서해에 해양특수구조대를 신설한다. 국민안전처는 실·국장급 직위의 20%, 과장급 직위의 19.4%를 민간 개방형 직위로 운영하는 등 전문성 강화에 노력한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