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민
청바지 회사를 경영하는 나 사장은 요즘 상심이 크다. 최근 출시된 청바지에 소비자 반응이 기대 이하기 때문이다. 기존 청바지와 원단도 다르고 디자인도 차별화를 뒀지만 소비자는 그 차이를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청바지가 원래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차이를 둔다 해도 그것이 사람들 눈에 확 띄지 않는다.
그렇다고 스타를 써서 광고를 하자니 광고비가 너무 부담된다. 언뜻 보기엔 그저 평범해 보이는 제품, 어떻게 하면 큰돈 들이지 않고 고객들 시선을 확 사로잡아 잘 팔리게 만들 수 있을까.
▲오늘의 성공스토리
영국 청바지 제조사 히우트 데님(Hiut Denim) 역시 겉으로 보기에는 남다를 것 없는 청바지를 팔지만 고객들 반응은 아주 뜨겁다. 브랜드를 론칭하자마자 주문이 폭주해서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 첫 달에 6개월치 주문이 밀려들어와 온라인 주문 창을 잠시 닫아야 했을 정도다. 이 회사 청바지가 디자인이나 재질이 특별한 것도 아니다. 게다가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꼬박 4주가 넘게 걸린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 회사 청바지에 열광하는 것일까. 바로 고객에게 내 청바지만의 ‘탄생 히스토리’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맞춤 제작을 해서 일주일에 딱 30벌 정도의 청바지만 만든다. 대신 청바지 하나하나에 히스토리를 담아 그 가치를 높인다. 히스토리의 내용을 확인해 보려면 청바지마다 붙어 있는 ‘히스토리 태그’를 우선 찾아야 한다. 상표같이 생긴 이 태그에는 ‘당신만의 고유 번호’라는 글과 함께 손으로 직접 쓴 일련번호가 적혀 있다. 이 일련번호를 히우트 데님이 운영하는 히스토리태그닷컴(HistoryTag.com)이란 사이트에 입력하면 그 청바지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 제품이 제작돼서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전 과정이 사진과 이야기로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맞춤옷을 만드는 곳은 많지만 이렇게 ‘한 땀 한 땀’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직접 보여 주는 곳은 거의 없다. 그러니 고객들에게 신선한 경험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청바지를 만드는 사람의 노력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제품에 대한 믿음이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히우트 데님은 고객들에게 제품이 전달된 이후에 벌어지는 청바지의 ‘일상’도 히스토리로 이어서 기록하게 만든다. 고객들이 히우트 데님의 청바지를 입고 어딜 가서 누굴 만났으며 무엇을 했는지를 사진과 글로 남기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도 역시 같은 히스토리 태그에 차곡차곡 담긴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과연 그렇게까지 정성을 들여 청바지의 히스토리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을까. 의외로 많다고 한다. 실제로 히스토리태그닷컴에 들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내 청바지만의 히스토리’를 열심히 기록하고 있다. 어떤 이는 청바지를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평범한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이 많은 만큼 청바지 히스토리의 내용도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가 쌓이면서 청바지에 대한 고객들의 남다른 애정도 쌓이게 된다. 이게 바로 고만고만한 제품들 사이에서 히우트 데님의 청바지에만 사람들이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다.
▲오늘의 아이디어
당신의 회사에서도 큰돈 들이지 않고 제품을 소비자들 눈에 확 띄게 만들고 싶어서 고민 중인가. 그렇다면 청바지 하나의 제작 히스토리부터 고객과 함께하는 일상의 모습까지 챙겨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히우트 데님에서 아이디어를 얻기 바란다. 육아일기에 아기의 모습을 신나게 담는 엄마들처럼 고객들도 제품의 히스토리를 채워가면서 특별한 애정을 키워 갈 것이다.
정리:진동옥 IGM 글로벌 비즈킷 컨텐츠제작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