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칼럼] 웨어러블·사물인터넷 시스템반도체 시대가 온다

[소재부품칼럼] 웨어러블·사물인터넷 시스템반도체 시대가 온다

전화통화가 핵심인 피처폰에서는 모뎀칩, 인터넷이 중요한 스마트폰에서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칩이 중요한 시스템 반도체다. 모바일시대로 넘어 오면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6 제품에 자체 개발한 모뎀과 AP를 채택해 상용화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세트 기업이 자체적으로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만이 가진 독창적인 차별성을 칩에 넣어 결국 세트 경쟁력을 갖기 위한 전략이다.

프리미엄 제품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의 성공 원동력은 당연히 자체 시스템반도체 능력의 뒷받침에 기인한다. 시스템반도체 개발 능력이 세트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전자의 모뎀과 AP 국산화는 대단히 의미가 중요하다.

똑같은 부품을 사용하는 세트 개발은 스마트폰 제조사의 평준화를 가지고 올 수밖에 없다. 결국 싸게 잘 만드는 업체가 우위에 선다.

메모리는 의류사업에 비유할 수 있다. ASIC은 맞춤복에 해당한다. ASIC은 와이드TV, 프린터, 교환기 등과 같이 물량이 적더라도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칩에 넣어서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많이 활용됐다.

그 후 반도체 공정의 발달로 대규모 시스템반도체 구현이 가능해졌다. ASIC이 맞춤복 의류사업이라면 시스템반도체는 의류뿐만 아니라 와이셔츠, 넥타이, 구두, 핸드백, 벨트 등을 포함한 종합 패션사업인 셈이다. 토털 코디네이션이 매우 중요한데 시스템반도체 개발 시 시스템 아키텍트의 역할과 동일하다.

시스템반도체는 사람 사업이다. 전문 설계인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다. 특히 시스템을 잘 이해하는 아키텍처 설계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시스템반도체는 제품 출시 기준으로 2~3년 선행하므로 시장 예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성능이나 기능은 초기 설계에서 정해진다. 칩에 프로세서를 내장하면서 소프트웨어도 칩 개발 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

팹리스(반도체설계) 회사 개념은 1980년대 초 시작했다. 제품을 만드는 세트 업체가 차별화를 위한 다품종 소량 생산 수요에 맞춰 우리나라에도 많은 팹리스 기업이 탄생했다. 제품 사업의 중요한 ASIC 개발 역할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시스템반도체의 대표 제품은 모뎀과 AP다.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소품종을 대량 생산하는 고수익 제품이다 보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미국 퀄컴, 중국 스프레드트럼, 대만 미디어텍 정도의 몇 개 회사로 시장이 정리되는 것 같다. 삼성, 애플 같은 스마트폰 기업은 자체 개발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국내 팹리스 상황은 매우 어렵다. MP3플레이어, PMP등 휴대용 기기에 사용하는 멀티미디어 칩을 개발하면서 성장했고 모바일 기기용 모뎀과 AP 사업에 꾸준히 투자했지만 경쟁의 벽을 넘지 못했다. 따라서 AP나 모뎀은 다시 도전해 볼 만한 목표가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모바일 시대 이후 국내 팹리스 기업의 생존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국내 대기업에 필요한 다품종 시스템반도체를 개발·공급할 수 있는 전략적 국산화 파트너십이 한 방향이 될 수 있다. 이는 대기업에서 먼저 중소 팹리스 기업과 협력하는 데 손을 내 밀어야 한다. 대기업은 인력이 많지만 주로 물량이 큰 과제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방향은 스마트홈, 스마트팩토리 등과 같은 사물인터넷(IoT) 분야나 웨어러블 기기에 필요한 시스템반도체에 집중하는 것이다. 물량도 적고 향후에도 스마트폰처럼 대량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적어서 대기업에서 본격적으로 사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모바일 기기용 모뎀이나 AP에 비하면 개발 난이도도 매우 낮다.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보면 시계의 사업범위가 늘어나면 프리미엄, 중저가 등 다양한 제품에 따른 칩이 필요하다. 과거 ASIC처럼 제품 제조사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사물인터넷용 칩이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향에 맞춰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시스템 요구사항을 빠르게 적용해 가장 최적화한 칩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 아키텍트 능력을 키워야 하고 타임 투 마켓에 필요한 설계 시스템 구축, 글로벌 마케팅 능력이 필요하다.

ASIC 시대에서 많은 팹리스 기업이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자. 사물인터넷 시대는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다.

성균관대 김용석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 yskimasi@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