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보호 인식 개선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콘텐츠 유통·사용 위축이라는 부작용도 동반한다.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해 정상적인 콘텐츠 활용마저 꺼리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이슈에서 저작권 침해 경계를 살펴봤다.
지난 2월 가수 김장훈씨는 “영화 테이큰3를 내려 받았는데 자막이 아랍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구설수에 올랐다. 정상 경로로 구입한 영화라면 아랍어 자막이 나올 리 없다는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 보수단체가 김씨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이에 대해 사단법인 오픈넷은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는 불법이 아니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달 “김씨 행위를 고발한 사람에게 법적 처분을 구할 자격이 없다”며 각하처분을 내려 사안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김씨 행위가 형사처분 대상인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저작권법 제30조는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복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검찰도 그동안 영리 목적 배포자와 달리 개인 용도로 내려 받은 때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판단을 내려왔다. 하지만 사적 이용이라도 불법임을 인식하고 사용한 때에는 처벌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어 무조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지난해 워너브러더스, 20세기폭스 등 미국 드라마 제작사는 이례적으로 자사 영상물의 한글 자막을 유포한 제작자를 무더기 고소했다. 자막 제작자는 상당수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처벌 가능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자막과 같은 2차 저작물도 원작자 동의를 받아야 유통할 수 있는 만큼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자막 배포에 따른 실제 피해 규모가 크지 않고 개인을 대상으로 남발되는 저작권 형사고소가 우려된다는 요지의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위법 자체는 분명해보이지만 저작권법이 영리성을 많이 따지는 만큼 처벌 수위가 높지는 않을 것”이라며 “영상 불법 유통자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아 간접적인 형태로 자막 제작자를 걸고넘어진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