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금융이 현 소관부처 산업통상자원부를 넘어 금융감독원 검사 대상에 포함된다. 실적 부풀리기를 막고자 100만달러 이상 수출 건은 현장실사가 의무화된다.
정부는 16일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관세청·금융감독원 합동으로 무역금융 전면 쇄신 정책을 마련, 발표했다.
이른바 ‘모뉴엘 사건’으로 불리는 무역금융 편취 사건 재발을 막는 후속 대책이다. 유망 수출 중소기업이었던 모뉴엘은 자금난에 직면하자 허위 수출채권을 은행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년에 걸쳐 6672억원 규모 무역금융을 편취했다. 지난해 적발돼 관계자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모뉴엘 사건과 유사한 대형 무역금융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위험 관리와 심사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상반기 무역보험법과 무보 내부 규정 개정 등을 완료한다.
산업부 산하 무역보험 전담기관 한국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 감독을 강화한다. 무보는 종전에는 산업부와 감사원 감사만 받았으나 앞으로는 산업부 장관 요청 시 금감원 검사가 가능하다. 금융감독 전문성 보강 차원이다.
인수 심사를 엄격히 한다. 100만달러를 넘는 거액 건은 수출계약 진위 확인과 현장실사를 의무화한다. 지난해 100만달러 초과 수출계약은 건수로는 24%, 한도금액으로는 80%를 차지했다. 특정기업에 무역금융 지원이 몰리지 않도록 기업별로 한도를 관리한다. 과거에는 금융상품별로 한도가 관리돼 수출 실적 100% 한도를 초과 보유하는 기업이 많았다.
‘인재(人災)’를 막는 작업도 병행한다. 모뉴엘 사건과 관련한 금품수수 혐의로 전 무보 사장이 구속되는 등 내부 조직 쇄신이 절실하다.
정부는 무보 2급(부장급) 이상 직원 재산등록을 의무화한다. 직무 관련 금품을 수수한 직원은 이유를 막론하고 곧바로 면직 조치한다. 비리 직원은 기존 형사처분에 그치지 않고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청구한다.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부당한 업무 관련자에게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모뉴엘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하면서도 기존 중소·중견기업 지원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 향후 과제다. 수출계약 확인을 엄격히 할수록 기업 불편과 부담은 커진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정부가 사고 수습 차원에서 뒤늦게 무역보험 심사를 강화하자 기업 지원 규모가 일시적으로 급감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권평오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획일적 조치로 건실한 중소·중견기업 무역금융 지원이 위축되는 것을 막으려 일정 규모 이상 수출기업과 탈법·사기 가능성이 큰 금융상품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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