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물질 젖산, 암 유발 단백질과 결합해 암 성장 촉진해

국내 연구진이 피로물질로 알려진 젖산(Lactate)이 세포성장과 혈관생성을 조절하는 중요한 신호물질로 작용함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또 새로운 발암 유전자 ‘NDRG3’을 발견하고, 이 유전자가 젖산과 상호작용해 암세포를 성장시키는 것도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젖산과 작용하는 세포신호전달체계를 조절해 암이나 염증질환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피로물질 젖산, 암 유발 단백질과 결합해 암 성장 촉진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염영일 박사팀은 저산소 환경의 암세포에서 발현이 증가하고, 암세포 성장과 암세포로의 혈관 생성 신호를 유발해 암성장을 촉진하는 단백질 NDRG3을 새로 발견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 단백질이 젖산과 상호작용하는 사실도 알아냈다.

젖산은 급격한 운동 시 근육세포에서 해당작용(glycolysis)으로 세포 에너지원인 포도당(glucose)이 분해될 때 생산·분비되며, 근육통증을 유발하는 피로물질로 알려져 있다. 젖산은 산소가 적은 상황에서 해당작용이 활성화되는 경우에도 다량 생성되는데, 세포증식 활동이 활발한 암세포에서 빈번하게 나타난다. 저산소 상태에서 암세포에 의한 젖산 생성이 암의 악성화와 관련 있음이 일부 보고됐으나, 암세포에서 젖산 역할과 세부적인 작용기전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았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NDRG3 혹은 젖산생성 효소가 결여된 간암세포주는 종양형성 능력이 현저히 떨어짐을 확인했다. 반대로 젖산생성 효소가 결여된 간암세포에 NDRG3을 인위적으로 발현시키면 간암세포의 종양형성이 크게 증가함을 확인했다.

이는 암 세포의 주요 대사산물인 젖산이 암 유전자인 NDRG3 단백질을 증가시키며, 이는 곧 젖산이 암 세포 성장 및 악성화를 유도하는 중요한 세포신호인자로 작용함을 규명한 것이다. 즉 NDRG3 단백질과 젖산이 결합해 NDRG3 단백질 분해가 억제되고, 암세포에 NDRG3을 축적시킨다. NDRG3은 암세포에 성장을 촉진하는 신호를 보내 암을 악화시킨다.

하지만 정상적인 산소 조건에서 NDRG3은 산화되어 분해된다.

염영일 박사는 “암 및 염증 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젖산의 생성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라며 “새로 발굴된 NDRG3의 조절을 통해 암세포의 대사과정과 신호전달체계를 동시에 표적으로 하는 효율적 암 치료제뿐만 아니라 염증 질환, 심혈관 질환, 고산병, 근위축증 및 근육노화 관련 질환 등의 치료제 개발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Cell)’ 16일자(한국시각 4월17일)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