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로 뇌파를 자극해 창의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나 중추계 신경질환자에게 ‘전기치료’가 답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UNC) 연구진은 최근 두피에 전극을 부착, 낮은 수준의 전류를 흘려보내 창의력(Creativity)을 평균 7.4% 높였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알파파를 증가시키는 방식이다.
뇌파는 뇌에서 뉴런을 만들 때마다 나오는 주기적 패턴 전자파다. 뇌 활동 상태에 따라 알파파·베타파·세타파·델타파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알파파는 백일몽, 명상, 아이디어 연상 등을 할 때처럼 감각 상태가 무뎌졌을 때 활성화된다. 움직여야하는 어떤 일이 생기면 뇌는 즉각 이 신호를 전달한다. 감각적 신호가 돌아와 알파파는 사라지고 더 높은 주파수를 가진 감마파 등이 올라간다.
논문 저자인 플라비오 프렐리히 교수는 이 점에 착안해 실험을 시작했다. 우울증이나 중추신경계 장애 등을 겪은 사람은 알파파 진동이 손상돼 나타난다. 역으로 알파파를 활성화시켜 일반인 패턴과 동일하게 만들면 이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3년간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실험을 통해 알파파를 활성화시키는 기술을 고민했다.
실험은 20명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두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각 실험자 앞뒤 두피에 전극을 붙여 대뇌피질 각 측면에 알파파와 비슷한 수준인 10헤르츠(㎐) 전류를 흘려보냈다.
첫 번째 세션은 전기 자극을 5분만 줬다. 피실험자들은 자극이 사라진 뒤 약간의 흥분감을 느꼈다. 이후 25분간 창의력 검사인 토란스 테스트(Torrance Test of Creative Thinking, TTCT)를 실시했다. 다른 세션에서는 각 피실험자가 전기 자극을 30분간 받는 동시에 TTCT를 거쳤다. 연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TTCT 제작사에 직접 각 피실험자를 보내 원래 창의력 수치를 잡아냈다.
연구진은 각 피실험자 세션별 창의력 지수를 비교한 뒤 30분간 전기 자극을 줬던 두 번째 세션에서 피실험자 점수가 평소보다 평균 7.4% 올라간 것을 발견했다. 플라비오 프렐리히 교수는 “몇몇 참가자는 창의력이 놀랄 만큼 향상됐다”며 “전기 자극은 분명 효과적”이라 밝혔다.
연구는 계속됐다. 전기 자극을 통한 뇌파 조절이 창의력을 높인 원인이 아닐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보다 확실히 하기 위해 연구진은 감마파와 비슷한 40㎐ 전류를 흘려보내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창의력’이 높아지지는 않았다. 알파파 정도의 전기 자극에서만 예외 없이 창의력이 높아졌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물론 이 방법으로 우울증을 완벽히 치료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울증 환자는 특정한 생각 패턴에 갇혀있다. 알파파를 증가시켜 정상인 창의력을 높였던 것처럼, 우울증 환자가 겪고 있는 알파파 장애를 개선시키면 이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플라비오 프렐리히 교수는 “병이 심화되는 것을 막는 의미 있고 값싼 치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