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61>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이강태의 IT경영 한수]<61>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어떤 일이 꼬였을 때 보면 시작이 잘못된 때가 많다. 지금 정치판이 시끄럽다. 선출직을 처음 뽑을 때는 대충 뽑아 놓고 나중에 후회들 한다. 일단 선출되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그래서 처음 뽑을 때 꼼꼼하게 보고 잘 뽑아야 한다. 그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 사람 뽑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러 회사에서 여러 직급의 직원을 뽑아 봤다. 회사 나름대로 직원 수준에 기대치가 있어서 나름 지원자 중에 제일 좋은 직원을 뽑고 싶어 한다. 그러나 프로세스만 그럴듯하지 실제로 정말 좋은 직원을 뽑았는지 봤을 때 그렇다고 대답하기 힘들다. 어떤 사람들은 신입 사원으로 입사했을 때는 좋은 사람이었는데 채용하고 나서 회사에서 잘못 교육시켜서 좀비가 됐다고도 한다. 그러나 직원들을 오래 지켜보면 입사 이후로 직원들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회사에 입사하고 난 뒤에 사람 됨됨이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신입직원을 뽑을 때 정말 신중해야 하고 잘 뽑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신입직원 뽑을 때 보면 공고 내고 지원 서류 받아서 서류전형을 마쳐야 임원 손에 입사지원 서류가 넘어온다. 면접장에서 지원 서류를 처음 보는 일도 많다. 공무원, 공기업, S전자나 H자동차는 많은 지원자 가운데에서 인재를 골라서 마음대로 뽑을 수가 있지만 중견기업은 최고 인재를 뽑고 싶어도 지원을 하지 않기 때문에 뽑을 수가 없다. 자질 좋아 보이는 신입직원을 애지중지하면서 합격시켜 놔도 다른 곳에 취직이 됐다고 안 오는 일도 허다하다. 결국에는 올 만한 사람이 온다고 봐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서열과 지원자 자질이 비례한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잘 골라서 신입직원을 뽑아 보겠다고 난리를 쳐도 나중에 보면 그 회사 수준에 맞는 지원자 중에서 최선이 아닌 차선을 뽑게 되는 것이다.

입사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장을 포함한 임원 면접이다. 일단 서류전형에 합격한 지원자는 임원 면접에서 채용이 결정 난다. 회사마다 문화가 있겠지만 이 면접에서는 사장도 그냥 한 표만 행사할 뿐이다. 5~6명이 들어와서 30분 남짓 면접을 본다. 개인별로 길어야 5분이다. 솔직히 이것은 면접이 아니라 관상 보는 거다. 면접에서는 인상 좋고 말 잘하고 자신감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이런 짧은 면접에서 뽑힌 직원이 정말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인지 봤을 때 아닌 사례가 허다하다. 짧은 면접을 보완하기 위해 집단 토론, PT, 워크숍도 하지만 결국에는 여기에서도 스펙 좋고, 인상 좋고 말 잘하고 자신감 넘치는 지원자가 뽑힐 가능성이 크다. 달리 딱히 기업에 맞는 인재상이라는 것도 없다. 그저 자기 눈에 괜찮아 보이는 지원자를 뽑을 뿐이다.

지금 많은 회사에서 나이든 직원들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해고도 어렵고 생산성을 올리기도 어렵다. 노조 등 뒤에 숨어 있는 좀비급 고령 직원이 많다. 이런 직원은 진급할 생각도 아예 없다. 마냥 정년퇴직까지 회사를 다녀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오늘도 뒷자리에서 시간 때우고 있다. 회사나 직원이나 서로 딱한 노릇이다. 스스로 나가지도 않고, 새로운 일을 찾아서 도전하지도 않는다. 월급과 복리후생은 해가 갈수록 올라간다. 생산성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내가 잘 아는 우리나라 젊은이가 있다. 미국에서 20조원 자산을 관리하는 회사에 다닌다. 한 달에 걸쳐서 일곱 번 넘게 면접시험을 봤다. 지금 입사한 지 1년 반 지났는데도 아직도 고된 훈련을 받고 있다. 지금도 보고서를 쓰면 파트너들이 꼼꼼하게 챙겨보고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분기별로 개인 코칭을 하고, 개선 사항을 피드백하도록 한다. 지금도 파트너가 한 달에 한 번 불러서 쪽지 시험을 본다. 책상에서 점심, 저녁 먹어 가면서 하루에 16시간씩 일한다. 나름 좋은 학벌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데도 힘에 부쳐 한다. 모든 산업에서 신입직원을 그렇게 뽑고 훈련시킬 수 없다고 하겠지만 산업 종류나 신입사원 수가 문제가 아니다. 회사의 인재에 대한 집념 문제다. 이렇게 좋은 사람을 뽑고, 지속적으로 훈련시키고, 도전해서 달성하게 하지 않으면 10년 20년 뒤에 직원이 자산이 아니라 부채가 된다.

지금의 문제 사원은 처음 뽑을 때 잘못 뽑은 거다. 잡초가 섞여 있었는데 그걸 꼼꼼히 골라 내지 못한 거다. 조직에서 잡초 뿌리가 더 질긴 법이다. 일 잘하는 직원은 잡아도 나가고 일 못하는 직원은 돈 더 얹어 준다고 해도 안 나간다. 문제 사원으로 굳어지고 난 뒤에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 어려운 것이다. 처음 직원을 뽑을 때 철저하게 뽑아야 하고, 뽑아서는 지독하게 교육시켜야 하고, 철저하게 생산성과 업적 기준으로 직원을 양성해야 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고 나서 뒷단추만 잘 끼울 방법이 없다. 처음 단추부터 풀어서 차근차근 다시 끼워야 한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