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의학 대표 콘텐츠가 ‘동의보감’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많지 않다. 한의사 필독서인 동의보감은 이제 한의학계를 넘어 전통지식과 천연자원을 소재로 하는 생명과학 연구에서도 참고 서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동의보감은 의학서로는 세계 최초로 UNESCO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귀중한 유산이며 나아가 세 차례나 드라마로 제작될 정도로 전 국민의 문화 콘텐츠기도 하다. 이처럼 동의보감의 의학적〃문화적 가치는 무한하다.
동의보감의 의학적 가치를 재발견하기 위해서 400년 전 동의보감을 현대적 상황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한의학 분야 유일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은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을 맞아 2012년부터 동의보감의 정신을 계승하고 현 시대상을 반영한 새로운 동의보감을 편찬하는 사업인 ‘신동의보감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2012년 시작된 신동의보감 프로젝트로 선조의 의학 성과를 현대에 맞게 재정리하고 오늘날 의학지식을 새롭게 반영한 ‘신동의보감’을 2017년께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의학과 현대 의학의 조화로 새로운 한국 고유 지식문화 브랜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종이 한 장 생산하기 쉽지 않았던 과거에 책을 제작하는 일에는 많은 수고로움이 동반됐다. 하지만 과학기술 발달로 지식을 습득하고 생산하는 일이 현격히 쉬워졌다. 지식을 전달하는 매체 역시도 다양해졌다. 문자라는 도구에 담겨 책으로 확산되던 지식은 그림, 사진, 동영상이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아 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신동의보감 프로젝트가 수행된 지 4년차인 올해 한국한의학연구원은 그동안의 성과를 담아 웹서비스로 공개할 계획이다. 웹서비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신동의보감은 과거의 동의보감처럼 전 세계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신동의보감을 개발할 때 매체 다양화에 가장 주목했다. 지식 확산 플랫폼이 웹이라는 것은 단순한 전달 도구 의미를 넘어선다. 신동의보감은 웹 플랫폼에 따라 여러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저자와 독자 간 양방향 소통이 가능해진다. 과거 책에서 저자가 독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던 지식에서 벗어나 상호 피드백이 이루어진다. 이는 지식 진보가 더 빠른 속도로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이미지, 동영상 등 과거 텍스트화된 지식에서 벗어나 다각화된 지식 전달과 축적이 가능해진다. 의학이라는 실증적 학문에서 술기(Practice)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나 지식의 전달에서 술기를 텍스트로 옮기는 과정 그리고 텍스트를 다시 술기로 익히는 과정에서 다양한 오해 요소가 발생할 수 있다. 이미지, 동영상 등 전달 체계 변화는 지식을 전달하고 획득하는 데 방해요소를 없애 줄 것이다.
셋째 지식 확산에 격차가 없어진다. 온라인 네트워크에서 클릭 한번으로 해결되는 세상에서는 지식 전유물이 한 집단에 몰려 있지 않다. 넷째 하이퍼링크 기능은 지식의 유기적 연계를 강화해 줄 것이다. 기존에는 다독으로 유추할 수밖에 없었던 내용을 직접 연결함으로써 3차원적 지식 축적과 확산이 가능해질 것이다.
한국 한의학 대표 콘텐츠인 동의보감이 신동의보감이라는 새로운 의학적·문화적 콘텐츠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신동의보감이 웹서비스를 바탕으로 세계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한류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손미주 선임연구원 mi714@kiom.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