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3차 공개 매각도 불발로 끝났다. 새 주인 찾기에 실패하면서 청산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는 팬택 공개매각 절차를 중단한다고 20일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업체들이 제출한 인수의향서를 검토한 결과 내용이 유효하지 않거나 실질적 인수 의사 및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에 따라 후속 입찰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업체 가운데 형식적인 기재사항도 지키지 않은 곳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팬택은 3차 공개매각 마감일인 지난 17일 국내외 3곳의 인수의향업체가 나타나면서 기사회생하는 듯했다. 그런데 3차 공개매각 절차가 허무하게 종료되면서 기업청산 위기가 어느 때보다 커졌다.
법원은 향후 관리인, 채권자협의회와 협의를 거쳐 향후 절차를 결정할 예정이다. 절차적으로는 4차 공개매각 가능성도 남아있다. 팬택이 3000여건의 등록특허를 보유한 만큼 아직까지 기술적 매력도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팬택의 회생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 주관사인 삼정회계법인이 지난해 말 책정한 팬택 계속가치는 약 1100억원이고 청산가치는 1500억원이다. 청산가치가 더 높다.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가치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제조사가 해외 시장에 나가지 않고 내수시장으로만 버티기에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팬택 사태는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던 일”이라고 말했다.
경영난에 허덕이던 팬택은 지난해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11월 인수합병(M&A)을 위한 공개 입찰에 나섰으나 인수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아 2차 매각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2월 미국 자산운용사 원밸류에셋매니지먼트가 인수 직전까지 갔으나 막판 인수대금을 보내오지 않으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팬택은 지난해 7월 이후 공장 정상 가동을 하지 못했다. 1400여 임직원 중 50% 이상이 휴직 상태다. 매달 운영자금 충당도 버거운 상황이다. 청산이 결정되면 팬택은 자산을 모두 팔아 빚을 갚게 된다. 팬택 부채는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팬택 국내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4월 현재 2%도 채 되지 않는다. 팬택이 차지하던 시장은 삼성과 LG, 애플 등이 나눠갖게 된다. 중국이나 대만 업체들이 중저가 시장을 잠식해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1991년 설립해 만 24년을 갓 넘긴 팬택이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했다.
업계 관계자는 “팬택이 청산된다면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남은 업체들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