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와 단기 목표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 하는 질문에 대부분 마케터는 장기적 목표가 더 중요하다고 답한다. 고객과 장기적 관계 형성이 중요한가, 아니면, 단기적 세일즈가 더 중요한가? 또는, 장기적 ROI 성장이 더 중요한가, 아니면 당장 한두 개의 세일즈가 중요한가 물으면 대부분 마케터는 전자의 장기적 계획이 더욱 중요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제로 마케팅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는 의외로 많은 마케터가 단기적, 즉 당장 필요한 세일즈만 쫓는다. 직접 바이어를 방문하거나 광고 전단 등을 활용하는 단기적인 실행 및 전술에 집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스스로 정보를 구하고 의견을 형성하는 모던 마케팅 시대에서 바이어는 더 이상 단순한 광고나 빌보드 형태의 메시지에 현혹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브랜딩을 구축하거나 신용을 구축해 나가는 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블로그, 소셜 미디어, 백서, 웹세미나 등을 바탕으로 하는 정보 공유와 관계 중심 접근 방법은 기업 장기 목표 달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콘텐츠(인바운드) 형태의 마케팅이 최고 전략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브랜딩 구축과 관계 형성을 위한 장기전 목표와 세일즈 사이클을 줄일 수 있는 단기적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전시회 전술을 세일즈의 장으로만 활용하면 고작 몇 개의 세일즈 리드(leads)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보 교류를 바탕으로 하는 전시회 전후 콘텐츠 마케팅을 활용해 장기적 관계 형성을 동시에 유도하면 세일즈 파이프라인은 더욱 풍성해진다.
다양한 경로를 거쳐 제품 추천과 구매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활성화된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쉽다. 마케팅 자체를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당장 엄청난 ROI를 가져다주지는 않더라도 장기적인 시각에서 볼 때 기업에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전술이 많다.
영향력이 큰 사람이나 다양한 오피니언 리더의 의견이나 기타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마케팅 자료들은 장기적 비즈니스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전술들에 대한 투자는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지불을 마친 후라도 오랫동안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 철저한 고객 서비스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그들과 관계 형성에 정성을 다하면 더 많은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이보다 더 효과적이고 저렴한 장기적 마케팅 수단은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밸런스다. 장기 전략을 위해 브랜드에 대한 인식과 가치를 높이되, 단기적으로는 당장 필요한 세일즈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강력한 기초 작업을 통해 장기적 비즈니스 성장을 계획하며 단기적으로는 기업을 꾸려 나갈 수 있는 세일즈를 만든다.
4000%의 성장 신화를 만들어 낸 GE 기업의 전 CEO인 잭 웰치는 “누구나 단기적 목표에 집중할 수 있다. 누구나 장기적 목표에 집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둘의 밸런스를 이끌어 내는 것이 진정한 경영”이라고 말했다. 성공적인 비즈니스 성장을 위해 장기·단기 비전을 바탕으로 하는 목표 설정과 전략 수립이 핵심이다. 기술 기반의 다양한 채널과 쏟아지는 정보 홍수 속에서 고객은 스스로 정보를 구하고 결정을 내린다. 이런 바이어 중심의 모던 마케팅 시대에서 일시적인 단기적 전술만을 쫓다 보면 낭패를 보기 쉽다.
얼마 전 한국의 어느 벤처 기업의 CMO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10월에 진행되는 전시회 기간 동안 제품을 홍보하고 세일즈를 유도할 수 있는 일종의 마케팅 이벤트를 진행하고 싶어 했다. 기업의 장기 목표와 비전과, 이러한 전술로써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물었다.
하지만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목표로 진행해야 하는지조차도 모르겠으니, 행사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결과를 알고 싶다”는 막연한 답변만을 들었다. 기업의 장기 목표가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술의 전략적 활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성공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투자를 받은 지 3년째인 벤처 기업으로서 절박한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유망한 제품을 가지고 지나치게 세일즈를 위한 단기 목표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 적지 않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66% 이상의 성공적인 기업 마케터들이 장기·단기 목표 달성을 위한 균형 잡힌 전략 수립을 가장 중하게 여긴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왜?’라고 질문하며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 마케팅 전략을 수립·점검하면서 최적화된 전술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는 노력이 더없이 중요하다.
임수지 에머슨 대학 교수·트라이벌 비전 부사장 sim@tribalvis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