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디지털 세상에 적응하기

근래에 들어 동아시아 지역에 있는 디지털마케팅 회사를 들여다볼 기회가 많아졌다. 동아시아 지역은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지역을 일컫는다. 이들 지역이 근래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친디아라는 이름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중국과 인도가 중국 중심에서 근래에 무게중심이 변화하고 있는 여파기도 하다. IMF는 최근 전망에서 2015년 인도 경제성장률이 중국 경제성장률을 25년 만에 앞지를 것이라 했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그래도 여전히 6%대를 넘든다-는 이미 예견된 것이라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그동안 중국에 가려져 있던 인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동아시아 나라들은 여러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많이 다르다. 대부분 나라에서 젊은이의 비중이 높다는 것, 사회 인프라가 제대로 발달돼 있지 않아 모바일 성장이 PC보다 앞섰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보급률은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스마트폰 점유율이 낮다-는 것 등이다.

모바일인텔리전스 자료를 보면 이러한 나라들의 모바일 보급률은 대부분 100%를 넘어서고 있으며 ‘Pre-Paid’ 요금체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통신기반 시설이 여전히 고가기 때문에 데이터 요금이 비싼 것도 비슷한 점이다. 그리고 이들 나라 특징 중 하나는 글로벌기업 서비스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검색, 소셜네트워크, 메신저 등 대부분은 글로벌 기업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버티컬 영역을 확보한 로컬업체가 나름의 경쟁력을 갖추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글로벌 기업 서비스가 주류를 이루다 보니 이들을 매체화해서 마케팅을 지원하는 플랫폼은 미국 및 유럽시장 영향을 상당히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요원해 보이는 ‘프로그래매틱 기반 RTB’에 기반을 둔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도 꽤 있다. 디지털마케팅의 핵심이 될 사용자 정보를 축적하고 분석해낼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시도해 글로벌 기업과 협업을 추구하는 회사도 꽤 있다.

젊은 세대가 살아갈 디지털시대는 글로벌화가 당연시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거대한 플랫폼이 형성이 되고, 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생태계가 형성돼 공생과 진화를 거듭해가는 모델이 일상화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동아시아에서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는 몇몇 회사를 만나며 느낀 점은 태생적 글로벌 마인드가 강하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는 싱가포르가 가진 지리적 특성과 시장의 한계로 인해 주변국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확대할 수밖에 없으며, 이들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주변국 기업가는 이들의 시각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협업체제를 구축해 자국 내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전략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젊고, 도전적이며, 글로벌한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인다는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 동아시아에서 구글, 페이스북, 라인의 성장은 이를 방증한다. 동아시아 지역 나라들 역시 대부분 자국어를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서비스를 쉽게 받아들이는 것을 우리 시각에서 보면 아이러니할 수도 있다.

디지털시대로의 전환이 글로벌화를 전제한다면 발을 디디고 있는 이 현실을 냉철하게 볼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 90%를 자랑하지만 그럴싸한 글로벌 서비스, 매체, 광고플랫폼 하나 없다. 한류에 한껏 부풀어 인천공항에 내려서면 구시대적 지도 서비스만 달랑 지원하는 구글맵을 사용해야 하는 현실에 부딪힌다. 그렇다고 그 흔한 영한 서비스 지원 없는 로컬맵 앱을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지금이 큰 기회가 아닐까. 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4개국에 걸쳐 사무실이 있고, 평균연령 28세의 70여명이 모여 꿈을 키우는 기업. 그들이 마음껏 다양한 플랫폼 위를 속도감 있게 날아다닐 수 있는 환경. 디지털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생태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할 때에만 가능할 것이다.

이구환 퍼플프렌즈 모바일 마케팅 연구소장 koowhan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