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애플의 고압적인 ‘갑질 AS’에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비상식적인 사후서비스(AS) 정책을 바로잡는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애플 AS정책을 듣고 있으면 기가 막힌다. 품질보증기간 1년이 지난 제품은 수리 중 취소가 불가하다. 수리계약서 약관에 이 같은 조항이 명시돼 있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으면 수리를 아예 받을 수 없다. 수리 여부도 애플이 독단적으로 결정한다. 고가 유상수리도 애플이 판단해 일단 시작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수리비를 내지 않으면 제품을 찾아가지 못한다. 물건 주인이 두 눈 뜨고 소유권을 빼앗기는 일도 벌어진다. 소비자 상대로 사실상 ‘노예 계약’을 강요하는 셈이다.
애플의 고압적 AS정책이 문제가 된 건 이번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엔 아이폰 사용자 오 모씨가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이폰 수리를 맡기면 원래 휴대폰 대신 리퍼폰(재생폰)을 내주는 정책에 이의를 제기했고, 법원이 오 씨 손을 들어줬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10년엔 갑질 AS 논란으로 애플 본사 임원이 국회 국정감사장에 불려나오기도 했다. 당시에도 미국에선 소비자 과실이 아니면 30일 내 환불해주는데, 한국은 환불해주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됐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애플의 횡포는 그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다른 나라에 없는 갑질 AS 정책을 한국 소비자에게만 강요했다. 이 때문에 애플이 한국 소비자를 호구로 본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갑질 AS 정책이 매번 반복되는 건 공정위 처벌이 너무 가볍기 때문이다. 애플은 공정위가 이번에 시정명령을 내리더라도 이를 비웃고 또 다른 약관으로 한국 소비자를 우롱할지 모른다. 그 땐 어떻게 할 것인가. ‘옐로카드’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면 말이다. 정부든, 소비자든 이젠 강력한 메시지를 보여줄 때가 됐다. 대한민국은 더는 ‘호갱’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