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한국형 과학단지(K-STP) 모델과 중남미 수출

[ET단상]한국형 과학단지(K-STP) 모델과 중남미 수출

과거 원조 수혜국이던 우리나라가 최단 기간에 원조공여국이 돼 세계 주목을 받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가 받은 원조액은 127억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자금만 아니라 공여국가로서 그동안 경험과 지식을 적극 나눠줄 차례다.

외국 지도자가 우리나라에서 벤치마킹하려는 주제는 세 가지다. 새마을운동, 과학기술, IMF 금융위기 극복이다. 이 중 대덕특구는 과학기술 측면에서 외국 지도자와 정부 관리가 늘 찾는 곳이다. 최근 몇 년간 대덕을 방문한 개도국 국가지도자로는 온두라스, 카자흐스탄, 슬로바키아 대통령과 에콰도르, 페루 등 고위관료가 있다. 이들은 대덕특구에서 과학기술단지가 어떻게 설계되고 운영됐는지, 이를 국가 경제 발전에 어떻게 활용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박근혜 대통령 중남미 순방에서는 페루 과학기술단지 구축·운영에 관한 양해각서(MOU) 교환이 주요 일정으로 잡혀 있다. 지난해 6월 페루 외교부 차관이 창조경제 성공모델인 대덕특구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특구진흥재단을 방문하면서 추진된 것이다. 잉카문명 나라 페루는 한국형 과학단지 모델을 전수받아 광물자원집중 경제구조를 다변화하고, 국가균형 발전 및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려 한다.

페루 등 여러 개도국이 대덕 모델을 실행방법으로 결정한 주요 배경에는 ‘STP(과학기술단지) 교육’이 자리 잡고 있다. ‘STP 교육’은 개발도상국 과학기술 및 정책 분야 공무원 및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국형 STP 모델에 대한 교육, 훈련을 실시하는 프로그램이다.

특구재단은 2008년부터 개도국 과학기술 분야 관리 20명씩 2주간 대덕에 초청해 교육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13차에 걸친 교육을 통해 전 세계 60개국 수료생 253명을 배출했다. 12차 교육 경쟁률이 4 대 1에 육박할 만큼 대표적인 교육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교육수료생 중 상당수는 귀국 후 ‘과학기술 한류’ 전도사 역할을 자처, 습득한 지식을 자국에 적용하려는 열정과 노력을 보인다. 교육 참여 인사 중에는 자국에서 장·차관 등 고위 관료로 승진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최근에는 STP 교육 참가자들이 자국으로 돌아가 대덕특구를 벤치마킹하겠다고 후속 사업을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이미 쿠웨이트, 에콰도르, 카자흐스탄은 컨설팅 비용을 자국이 부담하고, 마스터플랜도 수립했다. 원조자금에 의존하는 개도국 관례상 자국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파격적이다. STP 교육 후 ‘과학기술 한류’에 매료되는 데는 특구재단 직원 전문성과 서비스도 일조를 한다.

특구재단이 교육 수료생을 몇 년 뒤 다시 초청해서 STP 정책 추진 중 나타난 문제점과 궁금점을 풀어주는 섬세함도 그들에게는 감동이다.

이들에게선 STP 교육에서 배운 내용과 자국 현실과의 괴리로 인해 고민하는 모습이 보인다. 습득, 소화의 잠재된 흡수능력이 변환, 활용 단계의 실현된 흡수능력으로 연결되지 않아 어려움도 호소한다.

이제부터는 교육에서 촉발된 대덕특구 암묵지를 해당 국가 실정에 맞게 제공하고,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요구된다. 즉 한국형 과학단지(K-STP) 모델 재정립이다.

현지에서 교육과 컨설팅을 실시하고 기업도 함께 현지에서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글로벌 사업화 모델을 만들 시점이다. 대학과 연구소에서 은퇴한 ‘숙련 노장’과 젊은 인력 참여도 필요하다.

대덕특구의 귀한 경험과 역량은 지구촌 다른 나라들에게도 소중하게 나누어 쓸 귀중한 자산이다.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아는 것을 개도국과 나눌 때 진정한 힘이 되기 때문이다.

최종인 한밭대 교수 jongchoi@hanba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