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노르웨이 정부는 오는 2017년부터 FM라디오 송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인류 무선통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전파 라디오가 사라지는 것이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다이얼로 주파수를 맞추며 라디오에 귀 기울였던 추억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디지털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라디오 이외에도 문화 콘텐츠 시장은 CD에서 MP3, 비디오테이프에서 DVD로 이동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재편되고 있다. 디지털화는 멈추지 않고 새로운 시장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변화는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위기와 기회를 만든다. 우리는 그 속에서 대형 기업이 사라지고 준비된 기업이 더 많은 기회를 얻는 사실을 경험했다. 큰 성공을 거둔 신생 기업이 단숨에 시장 선두로 올라서는 이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새로운 미래에 두려움을 가질지, 기대감을 가질지는 준비에 달렸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세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디지털화에 빠르게 대응해왔다. 전국 곳곳에 광통신망을 설치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를 가진 나라가 됐다. 첨단 기술이 최초로 적용되는 국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중국 등 다른 국가 IT산업 성장 속도에 점점 그 격차는 줄고 있다. 곧 우리나라를 뛰어 넘는다는 말도 나온다. 앞으로 다가올 변화를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국회에서 잠자는 IT관련 법안 처리나 더딘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 철저한 준비가 없다면 빠른 변화에 뒤처질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FM라디오 종말을 예상치 못한 것처럼 미래에 닥칠 변화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만큼 변화 속도에 발맞출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할 때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