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광산 출입관리는 인부가 출입문 옆에 자신의 ID카드를 걸어놓는 방식을 이용했다. 광산에 들어갈 때 ID카드를 걸어두고 나올 때 이를 회수하는 것으로 이 방법은 현장 감독관이 인부가 광산 내부에 있다는 정보 이외엔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최근 ID카드에 태그를 부착해 위치기반 정보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과거와 달리 인부의 갱내 작업 위치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고, 클릭 한번으로 담당자와 통화하거나 갱내 인부에게 비상 상황을 알릴 수도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개발 중인 멕시코 볼레오 광산 이야기다.
광산 운영 아날로그 시대가 끝났다.
광물자원공사는 멕시코 볼레오 등 주요 자원개발 광산 갱내 작업자와 장비 위치를 추적하는 안전관리 시스템을 올초부터 적용 중이다. 우리나라 자원개발 공기업이 해외 광산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사가 도입한 위치기반 안전시스템은 각 작업자 갱도 출입 이력과 작업 현황을 상황실 모니터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이동형 단말기를 이용해 작업 전달이나 비상상황을 전파하고 갱내 작업자 역시 각 작업장 상황과 작업자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각 현장 온도와 습도 등도 한눈에 알 수 있다.
현재 단말기는 관리자급에만 지급된 상태다. 공사는 상반기 시험 운영을 거쳐 하반기부터 소형화·경량화한 단말기 전 작업자에게 지급, 운용할 계획이다.
갱 내부는 물론이고 노천 작업자와 장비에도 확대 보급해 앞으로 안전관리와 함께 생산성 향상, 환경 모니터링 효과를 높일 방침이다.
‘자원개발+ICT’ 모델은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 광업기본계획 하나로 추진됐다. 산업부는 ICT 융합에 따른 자동화·무인화 추진을 2차 계획 골자로 세웠다. 자원개발 사업에 친환경·고효율·저비용·무재해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기술개발에 중소기업이 참여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공사는 빅파워솔루션과 공동으로 지난해 5월부터 광산운영·안전관리 시스템 개발에 착수해 지난해 12월 개발을 완료했다.
볼레오 광산 사례는 ICT 융합 실증화 단계로, 성공적으로 도입이 마무리되면 한국 내 석회석 광산에도 올해 안에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
공사 관계자는 “ICT와 광산운영 접목은 우리 중소기업과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실증화한 사례”라며 “상용화를 통해 기술개발 성과 창출과 동반성장 좋은 사례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해설] 글로벌 자원기업 ICT로 안전·생산성 향상
자원개발과 ICT 융합은 최근 세계 자원기업이 안전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앞다퉈 시도하고 도입하는 트렌드다. 단순 위치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 실제 장비를 원격제어하는 무인화와 자동화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리오틴토 무인 광산은 ‘자원개발+ICT’의 글로벌 대표 사례다.
2000년대 초반 리오틴토는 인력 부족과 높은 비용, 생산성 부진을 겪었다. 신흥국 수요 증가로 생산량을 늘려야 했지만 채광 인력은 부족했고, 결국 ‘미래 광산’이라는 이름으로 무인 시스템을 깔았다.
무인 트럭 5대가 폐기물을 실어 나르도록 1500㎞ 떨어진 사무실에서 원격 조종하는 것을 시작으로 무인시스템 도입 분야를 넓혔다. 폐기물 처리에만 활용했던 무인 트럭이 철광석을 나르기 시작했고, 총 10대 무인 트럭을 한 사람이 원격 조종하게 됐다. 한번에 290톤을 실을 수 있는 대형 트럭은 위성항법장치를 통해 24시간 내내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최근엔 지하터널 굴착, 채광, 광물 분류작업까지 사람 손이 아닌 로봇 또는 기계 힘으로 진행 중이다.
리오틴토는 자동화 시스템으로 올해 하반기까지 필바라 지역 철광석 생산량을 연간 3억3300만톤, 장기적으로는 4억3000만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광산 개발에 무인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미래 광산을 모델로 굴삭기와 트럭을 한 명의 작업자가 모니터로 조종하는 시스템을 구상 중이다. 2024년까지 한국 내 민영광산에 무인 원격조정 시스템을 보급하기로 목표를 잡았다.
광산에 무인화를 도입하는 데는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안전성 확보가 최우선 순위에 올라있다. 갱내 작업 특성상 항시 위험요인이 존재하고 환경도 열악하기 때문이다. 2010년 매몰광부 전원을 구조했던 칠레 광산사고도 생존자와 위치를 확인하는 데만 2주일 넘게 걸렸다.
근접 탐지시스템 기술 등 3D 위치정보 기술도 도입할 예정이다. 어두운 갱내에서 장비와 사람 충돌 위험을 경고하고 위급시 자동으로 장비를 정지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광업에 ICT 도입으로 생산성은 2013년 인당 38톤에서 2025년 47톤으로 늘리고, 재해율은 2013년 28명에서 2025년 25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