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칼럼에서는 신입직원을 잘 뽑아야 한다고 썼다.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수요 측면에서 본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도 볼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서로 맞아떨어져야 취업이 되기 때문이다.
많은 경영자가 좋은 직원 뽑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100 대 1, 200 대 1의 경쟁률인데 잘 고르면 된다고 하지만 막상 해보면 무지 어렵다. 요즈음은 지원자의 포장기술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 학교 학점, 스펙이라는 것도 그렇다.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하긴 이미 서류전형에서 거르고 난 뒤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거기다가 옷도 똑같이 입고 온다. 표정, 말투, 목소리 톤도 비슷비슷하다. 얼굴 빼고는 다 똑 같다.
이게 공채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외국 기업처럼 필요한 부서에서 수시 채용을 하면 이렇게 로봇들 앉혀놓고 뽑는 기분은 안 들 것이다. 거기다가 면접에서의 각종 질문이 거의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먼저 나간 지원자가 나가자마자 분위기, 질문, 교통비까지 상세하게 올린다. 5분 면접에서 차이점을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다시 스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원자는 어떻게 해야 자기가 원하는 회사에 입사할 수 있는가.
첫째는 어느 회사에 갈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취직을 해서는 안 된다.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금융기관 등 지원자가 선호하는 직업을 막연하게 따라가면 안 된다. 또 지금 좋다고 하는 직업이나 직장이 10년 뒤 20년 뒤에도 좋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 경제전문가가 이제 대기업 시대는 끝났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런데도 모든 지원자가 대기업에만 줄 서 있다. 더더군다나 첫 직장은 매우 중요하다. 첫 직장, 첫 직무에 따라 평생의 전문 분야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자기 눈으로 자기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지 남의 눈으로 자기가 평생 다닐 회사를 찾으면 나중에 후회한다. 내 인생은 내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자기가 목표로 하는 회사가 좋아하는 인재형을 파악하는 것이다. 만약 공무원이 돼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면 당연히 고시에 합격하도록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국가에서 바라는 인재가 고시에 합격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면 당연히 그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에 내 미래상을 일치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인재상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홈폐이지를 세밀하게 읽어 보고, 이미 입사한 선배들에게 물어 보면 인재사의 윤곽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면접에서 모든 질문에 그런 인재상이라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대답을 해야 한다.
셋째 좀 답답한 얘기지만 지원자 스펙을 대학 와서 준비하면 너무 늦다. 우리 교육 제도는 고비고비 잘 넘기도록 설계돼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일단 눈앞에 있는 고비를 넘기 위해 전력투구를 한다. 멀리 보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학생보다는 대학교 들어 와서 그때부터 스펙 쌓고 취업 공부하는 학생이 많다. 대부분이 그렇기 때문에 취직이 어려운 것이다. 비슷비슷한 수준에서 경쟁을 하니까 뽑는 기업도 뽑히는 지원자도 서로 어렵다. 그러니 최종 단계에서 수능성적 높은 학교의 과 출신을 뽑게 되는 것이다. 스펙 대신 인·적성 검사가 유행하고 있지만 시험은 시험이다. 평소에 시험 봐서 성적 좋은 사람이 인·적성 검사에서도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공부 잘하는 사람이 인·적성 시험에서도 합격한다. 한마디로 중고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잘하는 것이 대기업 취직에는 유리하다.
어차피 사회는 경쟁이다. 대학 들어와서 그때부터 취직 걱정을 하면 안 된다. 대학 나와서 취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이 되면 아예 대학을 안 가고 고졸 상태에서 취직을 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부모님이나 결혼 상대자가 원하는 번듯한 직장을 원한다면 중고등학교 때부터 고된 노력을 해야 한다. 경쟁 자체가 싫고 이게 피곤하면 제도권에 들어갈 생각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주인이 없어야 신의 직장이지 주인 있는 신의 직장은 없다. 일반 기업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 같은 소리를 하면 바로 찍힌다. 그러니 처음부터 창업을 목표로 해야 한다.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도 안 하면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들어가기를 원하고, 사회와 제도를 욕하면서 그 제도권에 들어가려고 몸부림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자기 생각이 그렇게 뚜렷하다면 차라리 창업해서 이상적인 회사를 만들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직장인이 원하는 그런 신의 직장을 만들어 봐라. 스스로 만들 자신 없으면 신의 직장을 탐하지 말아야 한다. 어느 대기업이 신의 직장인가.
이도 저도 아니면 자기 자신의 실력과 자질에 맞는 직장을 찾아야 하고, 거기서 이소성대(以小成大)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남을 탓할 것도 아니고 사회를 탓할 것도 아니다. 재벌 부모를 두지 않았으면 말이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