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휴대폰 제조사가 피처폰에 탑재했던 모바일 운용체계(OS)를 버린다. 자체 개발한 OS를 일컫는 ‘갈라K’는 과거 세계적으로 기술 우위를 점하며 휴대폰 산업을 이끌었지만 스마트폰 상승세를 거스를 수 없게 된 것이다.
닛케이신문은 ‘갈라K’를 탑재한 피처폰 생산이 오는 2017년 이후 중단된다고 26일 전했다. 후지쯔, 샤프, 파나소닉은 이동통신사와 개발해온 갈라K를 더 이상 기기에 탑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체 OS 개발 부담을 덜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일본 휴대폰 제조사는 지금까지 NTT도코모 등 이동통신사와 공동으로 자체 OS와 기기를 개발해왔다. 지난 1999년에는 세계 최초로 휴대폰에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i모드’를 개발하기도 했다.
일본 기업은 자체 OS 사용을 중단하고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할 계획이다. NEC는 NTT도코모에 공급하고 있는 피처폰 OS 신규 개발을 내년 3월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017년에는 피처폰 생산도 중단한다. 스마트폰에 이어 모든 휴대 단말기 사업을 정리한다.
빨간색: 피처폰
갈색: 스마트폰
(자료: JEITA, CIAJ)
제조사 갈라K 지원 중단에 NTT도코모는 기존 피처폰 모델 판매를 종료할 방침이다. 대신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단말 기종을 늘린다. 시장 중심이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피처폰은 스마트폰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지난 2003년 시장 전체를 차지했지만 2007년 애플 아이폰을 시작으로 스마트폰이 출시되며 비중이 낮아졌다.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와 정보통신네트워크산업협회(CIAJ)에 따르면 2011년 피처폰은 전체 판매의 60%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4월부터 올 2월까지 판매된 전체 휴대폰 1989만대 중 피처폰 비중은 55%였다.
제조사는 갈라K 개발을 중단해도 피처폰 외형을 유지한 안드로이드 탑재 제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여전히 방향키나 숫자패드 등을 선호하는 고령층 고객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i모드 등 서비스도 기존 피처폰 사용자를 위해 당분간 유지한다.
갈라K는 독자적인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갈라파고스 제도의 ‘갈라’와 일본어로 휴대폰을 말하는 케이타이의 ‘케이(K)’가 더해진 합성어다. 휴대폰 방송 ‘원세그’, 비접촉식 IC 결제, 인터넷 서비스 등 일본 고유의 독자적인 휴대폰 환경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