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유관기관장이 상반기 대거 임기 만료를 맞는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로 촉발된 ‘관피아’ 논란 후 첫 동시다발적 기관장 인선이 진행된다. 관피아 우려를 해소하면서도 관료가 갖춘 전문성과 경험은 살려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부 산업기술 분야 6개 기관 원장 임기가 최근 만료됐거나 다음 달 끝난다. 자동차부품연구원·한국디자인진흥원장은 지난 3월로 공식 임기가 지났다. 전자부품연구원·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한국세라믹기술원·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은 다음 달 임기를 마무리한다.
기관장 교체인사가 주로 3~5월 진행된데다 지난 2012년 산업기술 유관기관 개편·재출범이 이뤄진 탓에 여러 기관장의 임기(3년) 만료 시기가 겹쳤다.
이들 기관은 원장 임기 만료에 맞춰 후임 원장 공모절차에 착수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자동차부품연구원은 지난달 공모 공고를 낸 뒤 적임자를 찾지 못해 재공모를 검토 중이다. 에너지기술평가원은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어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을 의결했다. 디자인진흥원, 산업기술평가관리원, 세라믹기술원도 금주 임원추천위를 구성하거나 공모절차를 시작한다.
산업부 유관기관장 인선 작업이 같은 시기에 여러 곳에서 진행되는 것은 관피아 논란이 불거진 후 처음이다. 산업부 본부 1급 인사와 맞물려 관심이 높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 국면에서 관료 출신 전관예우와 결탁 문제가 제기돼 정부 유관기관 전체로 관피아 논란이 확산됐다. 고위공무원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손쉽게 기관장이 되는 무원칙한 인사가 많이 줄었다. ‘반(反)관료’ 정서가 전 방위로 퍼지는 바람에 20년 넘게 공직에 몸담으며 경험을 쌓은 인재까지 기회를 박탈당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산업부 유관기관장 인사를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도 관피아 논란이 우리 사회에 미친 긍정·부정적 측면을 함께 머금었다. 과거처럼 ‘제 식구 챙기기’ 인사는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관료는 적절한 곳에 배치해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산업부 산하 A기관 관계자는 “내부 직원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정치권을 등에 업은 비전문가만은 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분위기로는 오히려 정답을 만들지 않는 것이 관피아 논란을 푸는 해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료 출신 여부만 따지는 흑백논리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기관별 특성에 맞춰 적합한 답을 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자료:산업부 및 각 기관 취합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