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마르틴 카르플루스, 마이클 레빗, 아리에 와르셸은 화학적 성질을 수학적 계산과 이론을 통해 컴퓨터로 예측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공로를 인정받았다. 기존 학문과 컴퓨팅 기술을 접목한 계산과학의 중요성을 확인시켜주는 사례다. 국내에서도 고가의 장비 대신 웹상의 가상 실험실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험하는 ‘첨단 사이언스·교육 허브 개발사업(EDISON·이하 에디슨)’이 주목받고 있다. 전자신문은 교육은 물론이고 중소기업 현장에서까지 활용이 늘고 있는 에디슨 사업의 성과와 전망을 2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감염병 확산 예측, 차량충돌 사전시험, 도시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컴퓨터 활용이 늘고 있다. 컴퓨팅 기술과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통해 미리 실험과 연구를 하거나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이뤄내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기초과학과 컴퓨팅 기술을 융합한 과학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2011년부터 ‘첨단사이언스 교육 허브 개발사업(EDISON)’을 추진해왔다. 에디슨은 슈퍼컴퓨팅 인프라 기반으로 계산과학공학 플랫폼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가상실험실이다. 컴퓨터만 있으면 언제든 웹을 통해 사용할 수 있다.
에디슨 사업을 통해 이공계 교육·연구용 국산 계산과학공학 플랫폼을 개발했고 시뮬레이션의 3단계인 전처리-해석-가시화를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사이언스 앱스토어 등 활용기술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에디슨을 수업시간에 적극 활용하는 김병수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학부과정에서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수치해석을 에디슨을 통해 쉽게 진행할 수 있었다”며 “에디슨을 쓰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어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계산과학공학 플랫폼에 탑재된 계산과학공학 소프트웨어 159종을 전산열유체, 나노물리, 계산화학 분야 43개 대학교, 547개 교과목, 2만3000여명이 활용하고 있다.
에디슨 활용을 확산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중앙센터를 맡아 계산과학공학플랫폼 개발은 물론이고 활용연구 결과를 네이처, 사이언스 등 세계 최고 학술지에 실어 우수성을 입증했다.
해외와 비교해도 성과가 뛰어나다. 유사한 사이버교육 플랫폼인 미국 ‘나노허브(nanoHUB.org)’는 1995년부터 현재까지 약 1000억원을 투자해 8만7000여명이 활용한다. 반면 에디슨은 2011년 7월부터 165억원을 투자해 2만3000여명이 활용해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국내외에서 기술력과 성과도 인정받았다. 2013년 IDC ‘HPC 이노베이션 엑설런스 어워드’를 수상했고, 지난해 기초연구 우수성과 50선으로 선정됐다. 그동안 교육과 연구현장에서 활용돼 왔던 외산 소프트웨어를 대체하면서 연간 최소 500억원 이상 비용절감 효과도 거뒀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