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 미야기현 앞바다. 리히터 규모 9.0에 달하는 강진이 발생했다. 지진으로 요동치던 바다는 무려 14m 높이 쓰나미로 변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덮쳤다. 구소련 체르노빌 이후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현재 진행형이다.
만 4년이 지난 현재까지 원전 20㎞ 이내는 여전히 거주 금지 구역이다. 1만5891명이 목숨을 읽고 2584명은 행방불명 상태다. 20만명을 웃도는 후쿠시마 주민은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이홍기 감독은 지난 9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후쿠시마의 미래’로 원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원전 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평범한 일본 시민 17명이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한 우크라이나를 찾아 ‘후쿠시마의 미래’를 확인하는 모습을 담았다.
1986년 4월 26일 새벽 체르노빌 원전 4호기 폭발 사고는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에서 최고 위험 단계인 ‘7등급’을 기록했다.
일본 정부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한 달 만인 2011년 4월 12일 위험 단계를 7등급으로 격상했다.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된 것은 물론이고 사람·환경에 광범위한 방사능 피해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뜻이다.
체르노빌 원전이 대기로 뿜어낸 핵물질 규모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400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능 피폭에 따른 사망자는 수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원전 4호기 내부에는 무려 270톤에 달하는 방사성 물질이 남아 현재까지 ‘악마의 연기’를 내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폭발 직후 응급처치로 구축한 콘크리트 방호벽 이외에 추가로 철제 방호벽을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콘크리트 방호벽에 금이 가면서 방사능 물질 유출 가능성과 붕괴 위험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8년 후면 콘크리트 방호벽이 완전히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우리나라 국민에게도 방사능 피해에 관한 우려를 가중시켰다. 최근에는 전남 영광 한빛원전 3호기가 제어 회로 고장 탓에 가동이 중단되는 등 불안이 증폭됐다. 해커가 온라인으로 원전 설계도를 빼내 고리원전의 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기막힌 사태도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전국에 원전 23기를 보유한 세계 5대 원자력 대국이다. 방사능 사고 위험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학계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무엇보다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중간보고서에서 “세계 원자력계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원전 설계·운영에 관해 근본적 재검토를 하게 됐다”며 “한국도 원전을 재점검해 안전성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