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각계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상파방송에 광고총량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상파 특혜를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방통위가 앞뒤 안 가리고 지상파 편만 드는 이유를 우리는 납득할 수 없다.
광고총량제가 시행되면 이른바 프라임 방송시간대엔 ‘광고 밀물’에 시청자가 허우적댈 수밖에 없다. 신문, 유료방송 등 타 매체 광고도 일제히 지상파로 쏠릴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경영 기반이 취약한 신문이나 유료방송 존립 기반은 뿌리째 흔들릴 것으로 우려된다.
광고총량제가 몰고 올 파장은 지상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신문 등 미디어 시장전반에 쓰나미처럼 덮칠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정책은 미디어 시장전반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시각에서 입안돼야 한다. 방통위 소관 방송법 개정으로만 이뤄질 문제가 아니다. 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맡든지, 부처 간 합의가 힘들다면 청와대와 같은 상급기관에서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
심지어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광고총량제는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 10명 중 7명이 광고총량제를 반대하고 있다. 방통위가 요식행위로 공청회를 거쳤지만 이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강행처리했다. 이 때문에 절차적 민주성도 결여됐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정부는 이제라도 매체균형발전에 기초한 국가 장기적 미디어 전략을 원점에서 새로 짜야한다. 무엇보다 지상파보다 더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한 신문부터 먼저 살펴봐야 한다.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신문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국가가 나서 신문 읽기 운동을 펼칠 정도다.
방통위가 독단적으로 의결한 광고총량제는 범 부처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치면서 바로 잡혀야 한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신문 육성책 등 매체균형발전 전략을 세세하게 들여다보고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편향 정부’ ‘먹통 정부’라는 비판을 모면하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