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기술수요 파악이 기술거래 성공 열쇠

[ET단상]기술수요 파악이 기술거래 성공 열쇠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기술혁신 원동력을 ‘기술주도(Technology push)’, 즉 기술공급에서 찾았다. 소비자 욕구가 다양화·고도화되면서 이제는 미래 이용자가 필요한 기술을 예측하고 이끄는 ‘수요 견인(Demand pull)’ 시대가 왔다.

적극적 연구개발(R&D) 투자에 한계가 있는 중소기업 중에는 기술 수요가 발생하더라도 직접 기술개발에 뛰어들기 어려운 때가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적합한 기술이나 특허를 찾아 이전받는 ‘기술거래’다.

기술거래 과정은 순탄치 않다. 하는 기술이 어디에 있는지, 누가 갖고 있는지, 정말 내가 찾는 기술인지 탐색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기업이 원하는 기술 소유자를 어렵게 찾아냈더라도 실제 이전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기술은 일종의 영업비밀이라서, 이전하려는 곳과 이전받으려는 곳 사이에 신뢰가 부족하면 서로 명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규모가 큰 일부 기업은 기술을 이전받는 데 드는 번거로움을 피하려고 아예 관련 인력 스카우트로 방향을 선회하기도 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중소기업이 필요한 기술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국가기술은행(NTB) 인터넷사이트(www.ntb.kr)를 2000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매년 1만5000여건 내외 신규 기술 정보가 등록되어 현재 10만여건에 이르는 기술 정보가 축적됐다. 기업이 기술은행에서 원하는 기술을 찾으면, 기술거래회사나 테크노파크 등 각 지역 기술이전지원기관 도움을 받아 추가 개발 및 사업화를 진행할 수 있다. 2010년 이후 기술은행을 통해 이전된 기술만 총 3658건에 이른다.

기술 거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까지는 온라인을 통해 기술을 찾았더라도 실제 기술을 이전받으려면 대면 접촉이 필요해서 시간과 공간 제약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KIAT가 이달 말 시작하는 것이 ‘온라인 수요기술플랫폼’이다. 오프라인 중심으로 진행하던 기술거래 절차를 온라인에서도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필요한 기술을 찾는 기업이 기술거래지원기관, 연구소 등과 직접 면담을 통해 기술을 찾고 협상을 진행했지만 ‘온라인 수요기술플랫폼’이 구축되면서 기술수요 신청, 기술범위 구체화, 파트너 발굴, 기술이전 협상까지도 손쉽게 기술은행 사이트를 통해 할 수 있다.

매년 20회가량 개최하는 기술이전설명회가 ‘공급 기반의 기술거래’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온라인 기술거래플랫폼은 ‘수요 기반 기술거래’를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기술수요를 신청하는 기업은 기술이전 관련 과정과 처리 현황을 실시간으로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다. 기술거래지원기관도 사업화 지원 절차를 관리하기가 쉬워져 과거와 비교해 기업지원 서비스 질을 한층 높일 수 있다. 기술 수요자 및 공급자 모두 윈윈할 수 있다.

온라인 기술거래 플랫폼이 성공하려면 전국 테크노파크와 기술거래기관의 적극적인 참여와 활용이 필요하다. 테크노파크는 그동안 지역기업의 기술사업화를 꾸준히 지원해 오면서 신뢰 관계를 쌓아왔기 때문에 향후 성과 확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오프라인 중심으로 진행하던 기술거래가 온라인 플랫폼으로도 유기적으로 연결됨에 따라, 앞으로는 기술이전 효율성이 더욱 높아진다. KIAT는 지역 곳곳에 퍼져 있는 기술이전 네트워크와 긴밀히 협력해 성공률 높은 기술거래 매치메이커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수준 높은 공공기술의 민간기업 이전이 가속화된다면 창조경제 실현을 앞당기는 데에도 공헌할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

김류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사업화단장 sunny@kia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