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업계가 절벽 끝에 섰다. 발주물량 감소에 중국 화웨이 싹쓸이까지 겹치면서 한 발만 더 떼면 추락 위기다.
주요 품목은 중계기, 기지국 부품, 데이터 장비 등 하나 같이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분야다. 통신장비시장 전체 80~90%에 이르는 중소기업 대군이 5~10% 안팎의 해외·국내 대기업과 경쟁하는 구조다. 그만큼 통신장비산업 위기는 우리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LTE-A와 5G 등 현·차세대 통신기술에서 글로벌 리더로도 입지를 당당히 키워가고 있다. 통신서비스 기술로만 따진다면 세계 정상에 서 있음을 어느 나라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밑바탕을 이루는 통신장비 분야는 주도권을 외국에 내준 지 오래고, 중소기업이 지키고 있던 중소형 부품·장비시장마저 중국 화웨이, ZTE, 샤오미 저가공세에 고스란히 내줄 판이다. 코스닥시장을 쥐락펴락하던 통신장비주의 호령도 이제 시장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다. 중소 통신장비업체가 기술·자본·시장에서 모두 주도권을 빼앗겼으니 활기는 물론이고 지속가능성까지 위협 받는 형국이 됐다.
한때 우리 정부는 통신장비산업을 육성한다며 국 단위 조직까지 가동한 적이 있다. 지금도 비슷한 국은 존재하지만 정책 동력을 상실한 지 오래됐다.
당장 정부는 공공·기간통신 입찰에라도 난무하는 저가입찰을 규제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전자정부를 비롯해 대규모 해외 플랜트·스마트시티 등 수출 때 기술력을 갖춘 통신장비업체가 함께 참여하고 나갈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요란한 산업육성 정책이 아니라 당장 시장에 활력이 돌 수 있는 연구개발(R&D) 지원 등 완급조정이 가능한 자금지원책을 쓰는 것도 한 방안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조금만 더 허비하면 충분히 살아서 뛸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사지에 몰아넣게 된다. 차세대 통신서비스가 열리고, 그때까지 기다리는 3년이 죽음의 계곡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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