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파는 소프트뱅크, 가스 공급하는 NTT, 통신+전기 결합상품 내놓는 KDDI.
이르면 내년부터 일본 통신시장에서 흔히 보게 될 장면이다.
일본 3대 이통사가 자국내 에너지 시장에 일제히 뛰어들었다고 주간 다이아몬드 등 현지 주요 외신이 29일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15일 도쿄 본사에서 전력 자회사 분리를 골자로 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그동안 이 회사 그린오션 비즈니스는 ‘SB에너지’가 맡아왔다.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직후, 손정의 회장 지시로 탄생한 SB에너지는 태양광발전 등을 주력해 왔다.
지난 2012년에는 법인 상대 전력 판매를 위한 ‘SB파워’를 산하에 설립, 판매 전력량을 급격히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조직 개편으로 SB파워는 SB에너지에서 별도 분리돼, 모기업 소프트뱅크 직할 자회사가 됐다. 손 회장이 직접 챙기겠다는 얘기다.
바바 하지메 신임 사장을 포함한 SB파워 임원진은 모두 소프트뱅크모바일 출신으로 진용을 갖췄다.
일본 정부는 내년부터 ‘전력 완전민영화’를 단행한다. 소프트뱅크는 이를 계기로 ‘가정용 전력 소매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 전망이다.
NTT도코모와 KDDI 등 경쟁 이통사 역시 이른바 ‘탈통신’ 일환으로 전력·가스업체와 제휴·협력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양측 모두 전기료와 휴대폰 요금을 하나로 묶는 신개념 ‘결합상품’을 통해, 신규 수익모델을 창출하겠다는 공통 의지를 갖고 있다.
일본 전력사는 ‘지역 독점’이라는 오랜 관행 덕에 자사 관내에서는 압도적인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발짝만 벗어나도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다.
따라서 이들 전력사는 전국 단위 이통사 브랜드를 엎고, 관외 지역에서도 전력 판매를 해보겠다는 복안이다.
일본 최대 전력사인 도쿄전력은 현재 NTT도코모와 소프트뱅크를 놓고 누구와 손잡을지 막판 저울질 중이다.
NTT도코모는 도쿄가스와도 제휴관계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KDDI는 간사이전력과 최종 협약 단계까지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와 전력사 모두 시장 한계점에 도달한 상황”이라며 “지금이 바로 양측간 시너지 창출을 위해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모색해야할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