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독자 개발한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수출을 위한 양해각서 교환이 계기가 됐다.
지난 2009년 연구용원자로(요르단)와 대형원전(UAE) 수출에 이어 우리 기술로 개발한 원자로가 향후 세계 중소형 원전시장을 선점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우리나라가 원자력 시스템 주요 공급국으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원전 10분의 1 크기인 스마트 원전은 원자로 주요 기기를 용기 한 개 안에 모두 배치했다. 원전사고가 나는 가장 큰 요인인 배관을 제거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외부 전력공급 없이 자연 순환 방식으로 원자로 냉각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안전성을 개선했다. 전력생산 외에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해수 담수화 기능도 갖췄다. 더 안전해졌고, 경제적이며, 환경 친화형으로 진화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안전이다. 스마트 원전 안전성은 내가 속한 원자력 안전규제 전문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확인했다. 개선사항을 표준설계 인가 심사 과정에서 충분하게 검토했다.
안전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면 수출 길은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글로벌 중소형 원전시장을 놓고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기존 원자력 선진국이 관련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쟁력을 갖추려면 보다 더 안전하고 경쟁력 있는 설계 개념이 계속 개발돼야 한다. 또 규제기관을 통한 안전성 확인은 필수다. 원전 산업은 안전이 담보 된 때에만 전 세계적으로 상품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빌 게이츠는 “미래형 원전은 사용후핵연료 문제와 핵비확산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안전성과 경제성 측면에서도 현재 원자로보다 훨씬 개선돼야 한다”며 제4세대 원전 개발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정부는 기존 원전과 비교해 폐기물량과 방사성 물질에서 나오는 독성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는 소듐냉각고속로를 4세대 미래형 원전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 오는 2028년 준공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국내 설계 기술개발과 병행해 챙겨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소듐냉각고속로 인허가에 대비한 규제기술 개발이다. 인허가 심사 시 적용하는 규제요건도 함께 봐야 한다. 안전성검증체계 개발을 위한 연구도 중요하다.
원자력 시설 해체 준비에도 안전 확인은 필수다.
지난 1970∼1980년대에 집중 건설되기 시작한 원전은 현재 국내 24기를 포함해 전 세계 443기가 상업운전 중이다. 국내 원전은 약 10년 후부터는 해체 시점이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체와 관련한 인허가에 대비해 기반연구와 함께 관련 규제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산업계 해체기술 개발과 병행해 해체 안전성 확인 및 검증기술개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미래 수출산업으로 떠오른 중소형 원자로나 해체 기술 등 원전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청사진에는 인허가 대비 기반연구와 관련 규제기술 개발이 전제돼야 한다.
점차 진화하고 있는 차세대 원전과 원전해체에 대응해 규제기술을 고도화하고 규제요원 전문 역량을 더욱 강화할 필요도 있다.
미래 안전규제를 위한 규제기술을 필요한 시간 내에 준비하고, 이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차세대 원전 성공 지름길이다.
안전이 차세대 원자로 경쟁력이다.
김무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 mhkim@kins.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