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칼럼]2015년은 영화 `백투 더 퓨처`에서 꿈꾸던 미래

[소재부품칼럼]2015년은 영화 `백투 더 퓨처`에서 꿈꾸던 미래

2015년 여느 때와 동일한 한 해를 맞은 사람들이 많겠지만 나에게는 남다르다. 고등학교 시절 영화 ‘백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 II’를 재미있게 봤다. 당시 영화에서 믿기 어려운 신기한 기술들로 둘러싸여 있었던 미래의 세상이 바로 ‘2015년’이었다.

이 영화는 주인공이 부모님 시절의 과거와 자신의 결혼 후 시절의 미래를 오가며 활약을 펼친다. 1985년을 기점으로 30년 전후 사회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올해 초 언론에서 이 영화에서 예측했던 기술 중 현재 개발돼 있는 것과 아직 현실화되지 못한 기술을 비교·분석하며 일제히 보도했다. 학위 시절부터 평판 디스플레이 기술과 그 확장 기술에 관심이 많던 나는 자연스레 영화 속 디스플레이 기술에 좀 더 깊이 있게 살펴보게 됐다. 게임과 통신용 비디오 안경, 벽에 내장된 다중 채널 멀티 디스플레이, 밝은 외부에서도 현실감 뛰어난 3D 홀로그램 광고, 창문에 내장된 투명 디스플레이, 블라인드 일체형의 두루마리 디스플레이 등 영화 속 기술 중에는 이미 제품화된 것도 있지만 아직 개발이 필요한 기술도 많이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3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이 펼쳐질까. 미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여러 편의 영화가 있지만 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토탈리콜 2012’를 소개하고 싶다. 두 영화는 각각 2054년과 2084년(원작 영화 기준)의 모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갑자기 걸려 오는 전화 소리, 곧이어 작동하는 손바닥에 내장된 디스플레이, 이를 이용해 통화를 하는 주인공의 모습, 그리고 거리에 설치된 투명 유리에 손을 대고 영상통화를 하는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신체에 부착 또는 이식된 형태의 디스플레이 기술과 언제 어디서나 사용 가능한 투명 박막 디스플레이 내장 기술 등도 나온다.

지난 20년간 디스플레이 기술은 일본과 미국을 필두로 선진 그룹이 주도했다. 지금은 한국이 주변 경쟁국을 물리치고 디스플레이 시장과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공학도로서 무한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배스트 플라어(vast plower, 거대한 경작자)로 무섭게 성장해 가는 중국과 언제나 강한 견제를 하고 있는 일본과 대만으로 인해, 2015년은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기라는 우려도 많다.

우리가 다시 한 번 도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술 장벽이 높아 감히 넘보지 못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투명하면서도 유연한 디스플레이 기술, 다중 접이식 또는 신축성 특성을 가지는 크기 확장형 디스플레이 기술, 어느 곳에나 설치 가능한 초대형·초절전·초박막 형태의 디스플레이 기술 등이다.

디스플레이 기술은 TV나 모바일 기기용 화면을 구현하는 기술만이 아니라 대면적 전자 시스템이 필요한 여러 기술 분야로 폭넓게 뻗어 나가 열매를 맺게 하는 ‘핵심 줄기 기술’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최근 정부와 민간 합동 지원으로 미래 디스플레이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뿌리 기술 개발 과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무한한 잠재력과 확장성을 가진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과 이를 담당할 지속적인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내 꿈을 키웠던, 하지만 위기의 시대인 2015년 지금,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과거에서 예측하고 미래 기술을 아직도 개발하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미래에 예견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책임감이 동시에 든다. 최근 의과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서울대 공대로 입학하는 우수한 학생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이러한 동료들과 앞으로 개발할 기술들이 인류 사회 발전을 위해 어떤 공헌을 하게 될지, 그러한 기술들이 30년 후 어떤 형태로 구현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홍용택 서울대 교수 yongtaek@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