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마존 10분의 1인 국내 클라우드 산업

[기자수첩]아마존 10분의 1인 국내 클라우드 산업

아마존 클라우드 사업이 최근 실체를 드러냈다. 아마존은 지난 23일(현지시각) 1분기 실적 발표에서 클라우드 사업 ‘아마존웹서비스(AWS)’가 매출 15억달러, 영업이익 2억65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AWS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작년 전체 매출은 50억달러로 집계됐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AWS 사업이 빠르게 성장했고 최근 성장속도가 붙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이 클라우드 실적을 공개한 건 처음이다. 그동안 회사는 고객 수 증가추이나 사업성장률을 놓고 추상적인 숫자만 언급했을 뿐 실적에 관한 구체 수치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연 매출 50억달러는 우리 돈 5조원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클라우드 시장을 개척하고 기술력에서 앞서 있다는 아마존의 경쟁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을 장악한 아마존이 부럽기도 하지만 거대 공룡 아마존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 기업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국내 기업 클라우드 매출액은 4584억원이다. 우리나라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모두를 포함한 268개사 실적이다. 우리나라 268개 기업 클라우드 사업 매출이 미국 기업 하나 그것도 사업부 하나 매출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아마존이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영문으로 받아야 했던 기술 지원도 이젠 우리말로 지원한다. 국내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빌려 별도 인프라도 구축했다. 아마존이 한국시장에 공을 들일수록 이용자 입장에서는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것이다. 아마존 글로벌 인프라를 활용하면 국내 수출 기업은 해외시장 진출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사업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 아니다. 이대로라면 시장잠식은 불 보듯 뻔하다. 클라우드 산업 발전법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시장이 거저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버려야 한다. 경쟁력을 갖춰야 산업도 살고, 우리 기업도 산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