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 26일은 지식재산 이해 증진을 위해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와 회원국이 ‘세계 지식재산권의 날’로 지정한 날이다.
2001년부터 WIPO 회원국은 지식재산권에 대해 토론하고 기술혁신과 창조 활동을 펼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한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과 함께 세계 지식재산 활동을 주도하는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지식재산 관련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특허는 새로운 발명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로 지식재산 사회에서 당연히 보호받는 권리로 인식됐다. 하지만 150년 전 유럽에서는 특허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의가 강하게 전개됐다. 자유무역을 신봉하는 이들에게 특허는 구시대 악습이었으며 폐지 대상이었다. 독일제국의 성립 과정에서 비스마르크 수상은 특허 보호에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으며, 1869년 네덜란드는 특허법을 폐지하기도 했다. 최근 상황은 반전됐다. 특허제도를 폐지하자는 논의는 보다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특허제도를 개혁하자는 방식으로 변했다.
이미 많은 영역에서 창작과 발명 활동이 전개되며, 이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은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다. 지식재산 보호는 단순히 창작자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체 문제가 됐다. 많은 국가가 지식재산을 통한 혁신과 경제력 확보를 위한 정책을 전개하며, 자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자국의 지식재산이 보호받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나라 역시 1980년대 지식재산 침해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그 어느 국가보다 왕성한 지식재산 활동을 전개한다.
세계 지식재산권의 날은 지식재산의 역할을 다시금 확인하고, 평가하는 계기가 되는 이벤트다. 2015년도 WIPO가 세계 지식재산권의 날과 관련해 제시한 표어는 밥 말리의 노래에서 빌린 ‘Get Up, Stand UP, for Music’이다.
우리의 음악은 ‘K팝’이라 불리는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면서 세계로 전개되고 있다. 단순히 음악의 전파에 머무르지 않고 거대한 콘텐츠 시장을 형성하며, 국가의 국제적 이미지 제고와 함께 소프트파워를 올려줬다.
이 같은 성장 배경에는 지식재산을 보호하는 제도 정비와 함께 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자리한다. 더 이상 창작이나 발명 활동은 전문가나 기업의 역할이고, 일반 개인은 그 소비자에 머물지 않는다. 전통적 유통 경로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유튜브나 블로그 등 다양한 인터넷 통신방법으로 누구든지 자신의 창작물을 공개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 장치도 과거에 비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심지어 아이디어만으로도 기술 개발을 위한 자금 지원이 이뤄지는 일도 있다.
2011년 우리 사회에서 지식재산 가치가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지식재산기본법이 제정된 바 있다. 또 미래창조과학부, 국가지식재산위원회나 특허청, 문화체육관광부 등 다양한 정부기관 및 그 산하기관이 지식재산 창출·활용 및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과 제도가 적절하고 유효하게 이뤄지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 지식재산 창출부터 유통·활용 및 보호라는 일련의 흐름과 생태계는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사회 환경과 함께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지 못 하고 제도가 정체되면 비록 150년 전의 특허폐지론에는 견줄 수 없겠지만 강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식재산 역할이 증가되면서 국가경쟁력과 산업경쟁력 등 공적 역할의 기대도 강조된다. 산업경쟁력을 이유로 개인 창작자와 종업원 발명자에게 희생을 요구하려는 논의가 소개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지식재산 보호와 이를 통한 부가가치의 창출은 개인의 권리며,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밥 말리의 노래 가사처럼 자신의 권리를 위해 일어나야 하며, 그 싸움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윤선희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지식재산학회 회장)shyun@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