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기기변경 고객 수가 번호이동 가입자를 추월하는 사례가 나왔다.
번호이동과 기기변경 리베이트(장려금)가 비슷해지고 이동통신사가 기기변경 혜택을 보강한 정책 효과 때문으로 풀이됐다. 이동통신 시장 패러다임이 ‘경쟁사 고객 빼앗기’ 중심에서 ‘기존 고객 지키기’로 빠르게 바뀌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SK텔레콤은 4월 현재 단말기 교체 고객(신규·번호이동·기변) 중 기변 고객 비중이 신규·번호이동 비중을 추월했다고 29일 밝혔다. 번호이동이 정체를 보이며 시장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일각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발표다. SK텔레콤은 구체적 숫자는 공개하기 어렵지만 기변 고객이 신규·번호이동보다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단통법 시행 초기 대비 기변 고객이 40~50% 증가했다”며 “단말기 교체 시장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기변 비중이 늘어났다는 것은 이동통신 가입 트렌드가 상품·서비스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단통법 시행 이전 이동통신사업자는 경쟁사 고객을 빼앗아 일석이조 효과를 노릴 수 있는 번호이동에 마케팅을 집중했다. 번호이동과 기변에 지급되는 지원금도 큰 차이를 보였다. 단통법 시행 이후 가입 유형별 지원금은 똑같아졌다. 그럼에도 이통사는 번호이동과 기변에 지급하는 리베이트에 큰 차등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번호이동에 주력했다.
지난달부터 시장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방통위는 이통사에 기변과 번호이동 간 리베이트 차등을 30% 미만으로 하도록 권고했다. SK텔레콤은 기변 장려금 정책을 대폭 변경했다. 기변과 번호이동 간 리베이트 차이를 대폭 줄였다. 한 달 전만 해도 기변과 번호이동 간 리베이트가 50% 이상 나는 사례가 많았다.
SK텔레콤은 ‘기존 고객 유지’를 시장운영 기조로 삼고 고객이 누릴 수 있는 상품, 서비스 등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기변과 번호이동 간 지원금이 같기 때문에 장기가입이나 가족결합 혜택이 많은 기변을 선호하는 고객이 늘어났다. 번호이동에는 위약금과 유심비 등 추가 구입비가 들고 개인정보 제공 등 가입 절차도 까다롭다.
SK텔레콤뿐만 아니라 다른 통신사에서도 이 같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KT는 4월 들어서 단통법 시행 이전보다 기변 고객이 갑절 가까이 늘었다. 장기·결합 고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출시한 결과다. 상대적으로 번호이동에 중요성을 더 두는 LG유플러스도 최근 장기 가입 고객을 위한 ‘LTE플러스 파워할인’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기존 고객 혜택 늘리기에 나섰다.
미래부 관계자는 “단순히 ‘집토끼 지키기’를 위한 게 아니라 실제로 고객 혜택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기 바란다”며 “하지만 번호이동 역시 시장 활성화 한 축이기 때문에 기변과 번호이동 간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고객 혜택 강화 프로그램/자료:3사 종합>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