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 프로젝트를 아는가. 엣지는 1981년 이 책의 엮은이인 존 브룩만이 창설한 지식인 모임이다. 당초 ‘리얼리티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오프라인에서 만나 의견을 주고받던 이 모임은 온라인으로 진출하면서 ‘엣지’로 바뀌었다.
엣지는 인문과학과 자연과학계 석학들로부터 흥미진진한 답변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질문을 해마다 내놓는다. 엣지 구성원만 봐도 화려하다. ‘생각에 관한 생각’의 대니얼 카너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데니콜라스 카,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등 선도적 지성이 참여했다. 내놓는 주제를 가지고 이들은 저마다의 답변으로 세계 지식을 대통합한다. 가디언은 엣지를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지식의 살롱”이라고 평했다.
2011년 엣지가 건넨 질문은 “어떤 과학적 개념이 모든 인간의 인지 도구를 개선시킬 것인가”다. ‘우리 본성의 착한 천사’를 지은 스티븐 핑거가 제안한 물음이다. 쉽게 말하자면 “인간이 더 똑똑해지기 위해 ‘생각하는 방법에 관한 생각’을 해보자”는 얘기다. 152명 지성은 각각 인류 문화를 발전시키고 미래를 바꿀 다양한 학문과 ‘과학적 개념’을 답변으로 제시한다.
석학들이 내놓은 답안지 중에선 특히 ‘불확실성’에 관련한 내용이 많다. 불확실성은 사람의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물리학자이자 ‘무로부터의 우주’ 저자 로런스 크라우스는 ‘불확실성’이 실제로 과학을 성공적으로 만드는 중점 요소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불확실성을 계량화해 과학을 질적인 것에서 양적인 것으로 바꿔 이를 ‘믿을만하다’고 여겨지게 한다는 얘기다.
마르세유 이론물리학센터 카를로 로벨리는 ‘확실성의 쓸모없음’을 논한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개념을 받아들이는 게 엄청난 폐해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든 지식에는 불확실성의 여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그래야 우리가 ‘누구나 알고 있는 지식’이라고 여겼던 것들을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뀔 수 있었던 이유도 이 불확실성 덕이다.
닐 거센필드의 답안지도 불확실성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그에 따르면 모든 과학자는 ‘진실’이 아닌 ‘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관찰 결과에 들어맞는 모델’을 찾으려 한다. 불확실성과 관찰, 발견, 개선의 과정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더 ‘합당한’ 과학적 지식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인간 편향에 대한 시각도 눈여겨 볼만 하다. 데이비드 마이어스는 자신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는 ‘자기 위주 편향’이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로부터 인간을 보호하지만 이 편향이 이어져 실제 부정적 행위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단점을 깨닫고 고쳐 발전하는 과정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사회적 동물’ 저자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서문에서 이 책의 질문을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학자들이 상아탑에 갇혀있는 지식을 해방,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의 관점을 바꿔 인간을 보다 ‘스마트’하게 만들어줄 것이란 의견이다. 이 책을 읽으면 과연 스마트해질 수 있을까.
데이비드 브룩스 서문. 존 브룩만 엮음. 장석봉 옮김. 책읽는수요일 펴냄. 2만2000원.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