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모바일로 급변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모바일 퍼스트’를 외치던 기업이 이젠 ‘모바일 온리(mobile only)’를 외친다. 모바일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현실화되고 있다. 2009년 12월 약 70만명이던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는 2014년 9월 약 3340만명으로 전체 인터넷 이용인구의 88%까지 성장했다. 롱텀에벌루션(LTE) 가입자수도 지난 2012년 12월 1581만명에서 지난 2월에는 3720만명으로 2년여 만에 배 이상 늘었다. 스마트폰 이용자의 90% 이상은 일주일에 4일 이상 모바일 인터넷을 사용하며 85% 이상은 매일 모바일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모바일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66분으로 PC(55분)보다 11분 높았다. 모바일 활용이 늘면서 검색도 모바일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구글 “모바일로 헤쳐 모여”
대표적인 것이 안드로이드 OS로 모바일시장을 양분한 구글이다.
구글은 지난달 21일 검색 서비스 개편을 선언했다. 모바일 검색 결과에서 모바일 친화적인 페이지를 상위에 노출시키기로 했다.
구글은 변경 이유를 “관련성 있고 시의 적절할 뿐만 아니라, 작은 모바일 화면에서 읽기 쉽고 상호작용하기 쉬운 콘텐츠를 소비자가 찾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업데이트로 검색 사용자들이 탭이나 줌 없이 텍스트를 읽을 수 있거나 탭 타깃 간 거리가 적절하게 유지되고, 실행이 안 되는 콘텐츠나 가로 이동이 없는, 품질 좋고 관련성 높은 검색 결과를 보다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우선 세계 모든 언어를 대상으로 모바일 기기를 통한 검색 결과에만 업데이트를 적용했다. 전체 사이트가 아니라 개별 페이지를 대상으로 한다.
사이트 전체를 모바일 친화적으로 바꿨다고 검색 상위에 노출되는 것은 아니다. 구글은 고품질 페이지가 있다면, 해당 페이지가 모바일 친화적이지 않더라도, 검색어와 맞는다면 높은 위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구글의 변화에 업계는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글 검색 정책 변화를 ‘모바일겟돈(Mobile-geddon)’이라고 표현했다. 모바일(Mobile)과 재앙을 뜻하는 아마겟돈(Armageddon)을 합친 표현이다.
영국 더서치에이전시는 모바일에 최적화되지 않은 사이트는 검색 페이지 첫 화면에 오르지 못할 것이며, 모바일 홈페이지를 갖춘 경쟁사들이 그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바겟돈에 긴장하는 업계
사용자들은 모바일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모바일 홈페이지 구축 속도는 모바일 사용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변화된 구글 검색 정책을 환영할 기업은 적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포천 선정 500대 기업 중 52%만이 모바일 친화형 페이지를 구축했다. 절반에 가까운 44% 기업은 모바일에 대응하지 못하는 셈이다. 디지털 마케팅 대행사인 RMK 머클 조사에 따르면, 4월 초 기준으로 500개 인터넷 소매업 사이트 중 29%는 모바일에 친화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뿐 아니라 공공 기관 사이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구글 반독점 문제를 조사하는 유럽연합의 공식 사이트(Europa.eu)도 모바일에 친화적이지 않은 사이트로 꼽혔다.
자본력이 뒷받침된 대기업보다 소규모 사업자에 타격이 더 클 수 있다.
이타이 사단 두다 대표는 “소규모 사업자들은 일반적으로 구글 개편을 잘 알지 못하거나 이에 대응할 시간이나 자원이 없다”며 “소규모 사업자 리스크가 훨씬 클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중소기업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지난해 4월 국내 중소기업의 78%가 소비재 시장에 대비한 전자상거래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이 온라인 채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는 △온라인 작업 전문 인력 부족(43.5%) △홍보 및 판촉의 어려움(33.3%) △제품 가격 경쟁력 확보 어려움(27.8%) 등을 꼽았다.
◇나날이 커지는 모바일 상거래 시장
중소기업도 전자상거래 도입에 손을 놓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모바일 전자상거래 규모가 나날이 커지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쇼핑 동향’을 보면, 올해 1분기(1~3월)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5조564억원에 달한다.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다. 불과 1년 전(2조8224억원)에 견주면 79.1%나 성장했다. 관련 통계가 처음 집계된 2013년 1분기보다는 무려 348%나 늘었다. 불과 2년 만에 4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이런 성장세는 업계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크게 앞선다. 지난 2011년 KT경제경영연구소는 지난해와 올해 모바일쇼핑 규모를 각각 1조9696억원, 2조6494억원으로 전망한 바 있다. 통계청 실적에 견주면, KT연구소의 2015년 말 전망치를 이미 2014년 초에 넘어섰다.
고시나 크리테오 대표는 “한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모바일 쇼핑이 가장 활발한 국가”라며 “소비자의 모바일 쇼핑 추세에 맞추려면 중소영세사업자도 모바일 환경에 맞게 지불결제 등 거래에 최적화된 웹사이트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