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실적 악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분기 현대차는 영업이익 18.1%, 기아차는 영업이익 30.5%가 빠졌다. 매출도 3.3%, 6.3%씩 감소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70% 아래로 떨어진 내수 점유율은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내우외환, 샌드위치 형국이다. 큰 문제는 수익성이다. 많이 팔아도 남는 게 없다. 미국, 유럽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 3월까지 최다 판매를 기록하고도 실적 방어에 실패했다. 수익성 악화 원인으로 ‘환율 악재’가 단골처럼 거론된다. 환율 상황이 좋아지면 수익성도 나아지겠지만, 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 근본적으로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올바른 처방이 아니다.
“솔직히 제네시스나 K9 정도 되는 차에 BMW나 벤츠 마크를 붙여서 팔아 봐요. 누가 안 사나. 반대로 싼 차를 많이 팔아봤자 남는 건 별로 없습니다.”
업계에 도는 얘기다. 현대·기아차는 그간 글로벌 시장에서 중형, 준중형급 판매로 덩치를 키워왔다. 이제 그 전략이 벽에 부딪혔다. 고급차와 레저용차(RV) 등 고부가가치 시장에 도전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수익성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BMW나 메르세데스 벤츠가 우리보다 많은 차를 팔아서 수익성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고급차를 판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브랜드 파워도 갖췄다.
러시아에서 제네시스가 ‘올해의 차’에 뽑혔다. 미국 신차 평가에서도 좋은 점수를 얻고 있다. 기아차는 올해 상하이 모터쇼에서 플래그십 세단 K9을 공식 출시했다. K9은 기아차 첨단 기술이 집약된 명실상부한 최고의 차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당장 판매 증가는 쉽지 않다. 현대·기아차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하는 해외 소비자는 아직 적다. 중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K9은 현지 생산을 안 한다. 관세를 물기 때문에 BMW나 벤츠 수준 고가에 판매된다. 폭발적 판매를 기대하기 어렵다.
웬만큼 브랜드 파워를 갖추지 않으면 고부가 가치 시장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단기간에 풀 수 없는 과제지만 피할 수도 없다. 어렵더라도 ‘글로벌 톱 메이커’를 향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성장통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