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와 기술이 결합해야 미래 산업을 이끌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30일 서울 코엑스 콘퍼런스룸에서 세계적인 CT 명사가 출동한 ‘CT포럼 2015’을 개최하고 미래 콘텐츠 산업 비전을 제시했다. 오는 10일까지 열리는 제1회 글로벌 창조 문화 축제 ‘C-페스티벌 2015’과 연계된 행사다. 포럼에는 올해 초 선댄스 영화제에서 비행 가상현실 체험 영화 ‘버들리’를 제작한 맥스 라이너와 10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한 SF 영화 ‘인터스텔라’ 제작자 린다 옵스트 등이 나서 콘텐츠 기술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강연했다.
◇VR 등 새 기술 확장 가능성 높다
올해 초 열린 선댄스 영화제에서 가상현실(VR) 체험 영화 ‘버들리’로 주목을 받은 맥스 라이너 취리히 예술대 교수는 ‘CT포럼 2015’에서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라이너 교수는 ‘영화와 가상현실’을 주제로 가상현실이 관객과 만날 때 어떤 새로운 경험을 주는 지를 강연했다.
라이너 교수는 비행 가상현실 시뮬레이터를 만들 때 오큘러스 리프트 기기를 달고 완벽히 새처럼 나는 것을 꿈꿨다. 실제 라이너 교수가 만든 시뮬레이터에 올라 영화 ‘버들리’를 보면 팔이 날개로 보이고 팔은 새 날개처럼 움직인다.
라이너 교수는 “사람이 근원적으로 바라는 것을 고민하다보니 새처럼 날면서 영화를 보는 시뮬레이터를 개발하게 됐다”며 “시뮬레이터는 콘텐츠 감상 만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손을 바깥에 내놓으면 바람이 손에 느껴지고 팔을 돌려 방향을 조절할 수 있게 했다”며 “앞으로는 냄새까지 맡을 수 있는 것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큘러스 리프트가 보유한 VR에도 스토리텔링이 추가된다면 여러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실제 오큘러스는 드림웍스나 디즈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던 인력을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 제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너 교수는 앞으로 자신이 개발한 비행 시뮬레이터가 콘텐츠 영역이 아니더라도 환자 재활이나 치료, 운동 등에 활용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우주란 신선한 소재로 흥행에 성공한 ‘인터스텔라’ 제작자 린다 옵스트도 콘텐츠 영역 확장을 강조했다. 옵스트는 ‘흥행하는 콘텐츠의 법칙’이란 주제로 강연하면서 “기존 할리우드식 영화 흥행공식은 깨지고 있다”며 “새롭고 깊이 있는 주제로 콘텐츠 영역을 넓히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옵스트는 과학과 기술 발달과 함께 관객 눈높이도 높아진 만큼 이를 반영한 시도가 지속돼야 영화산업이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을 다룬 뮤지컬 ‘영웅’을 제작한 윤호진 감독이 선보인 기술도 주목할 만하다. 이토 암살 첫 시도로 실제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다.
영화에서는 여러 기술적 장치를 이용해 가능하지만 현실에서 이뤄지는 뮤지컬 공연에는 불가능한 도전이다. 뮤지컬 역사인 브로드웨이에서도 시도되지 않은 기술이다.
윤 감독은 “브로드웨이 100년 역사에도 실물기차가 무대에 등장하고,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은 연출한 바 없다”며 “이런 효과를 만들어낸 것은 우리 기술이 이끌어낸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공연에 3D나 홀로그램 같은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가 접목되면 다양한 콘텐츠 개발이 가능하다”며 “이는 세계 관광객이 모이는 브로드웨이나 라스베이거스에서도 통용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국내 시장 한계 고려한 기술개발 필요
국내 시장을 고려한 콘텐츠 기술 전략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승훈 ILM 크리처 슈퍼바이저(감독)는 한국 CG 기술이 미국보다 발달한 부분도 있다며 이를 고려한 콘텐츠 전략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영화 `어벤저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캐릭터 제작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 감독은 “한국적 상황에 맞는 효과적이고 적절한 기술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서 살아있는 크리처(피조물)를 영화 VFX에 적용하는 데는 자금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트랜스포머 1편에는 CG에만 3000억~4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을 쓰기 때문에 관객이 만족하는 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우리나라 영화 시장에서 CG는 연간 400억원에 불과해 자금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에도 헐크 같은 크리처를 만들 수 있는 회사가 3개사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제대로 만드는 곳은 2곳에 그친다”며 “‘아이언맨’이나 ‘트랜스포머’처럼 CG에 너무 많은 자금이 쓰이는 영화까지 한국이 나설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영화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을 만들고 대신에 한국이 강점을 가진 게임이나 다른 장르에 CG기술을 활용하면 더 많은 부가가치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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