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에서 공장과 가정을 잇는 전기에너지 전력계통은 크게 발전·송전·배전으로 구분한다.
배전계통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사용 가능한 전압으로 바꿔 분배하는 역할로 공장과 가정 등 일반인과 가장 가까이 있는 분야다. 배전계통 고장은 공장과 가정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준다.
배전계통 고장을 조기에 파악해 조치하고 정전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 확보가 필요한 이유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원장 박경엽)은 1991년부터 1997년까지 7년간 한전 등 7개 기업과 공동 연구 끝에 국내 전력계통 환경을 고려한 ‘한국형 배전자동화시스템(KODAS)’을 개발했다.
KODAS는 배전계통 개폐기와 선로 정보를 상시 수집하고 감시해 배전계통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술이다. 무엇보다 전력 공급 신뢰도를 높여준다.
KERI는 고장 검출과 제어 방식을 자체 개발해 KODAS에 탑재했고, 센서 내장 개폐기와 GIS 데이터 기반의 처리 시스템 등을 국산화했다. 시스템과 통신, 배전계통 운영 기술 등 HW와 SW 기술이 총 망라된 KODAS 개발에는 81억원이 소요됐다.
KERI는 개발 이듬해인 1998년 한국전력공사에 KODAS를 이관했고, 한전은 국내 배전계통에 적용해 가동에 들어갔다.
한전은 이후 ‘배전자동화 중장기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KODAS 현장 적용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기능을 반영한 ‘배전 지능화 시스템’을 개발 구축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배전 계통 지능화율은 50%를 넘었다.
KODAS 개발로 우리나라는 양질의 전력을 공급하고 전력설비 이용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배전계통 고장에 따른 피해 확산을 최소화하는 환경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즉 정전시간 단축, 고장 탐색시간과 수리시간 단축, 계획 정전 시 인력 절감 등으로 배전계통 안전성은 물론 수용가 전력품질 향상과 안정화에 크게 기여했다.
KODAS 도입과 이후 지속적인 배전 지능화로 우리나라 전력계통은 고장으로 인한 연 1300억원 경제적 손실을 방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선로 고장 인지에서 원상 복구까지는 기존 53분에서 지난해 기준 3.6분으로 크게 단축됐다. 배전기술 국산화는 2조5529억원 수입대체 효과를, 자동화로 인한 인력 절감 효과는 연 151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성과로 KODAS는 지난 2010년 ‘대한민국 100대 기술’(공학한림원 선정)에 선정됐다. 한전은 현재 중국, 인도네시아, 이집트 등과 합작투자를 통한 배전자동화시스템 공급계획을 추진 중이다.
김호용 KERI 미래전략실 책임연구원은 “우리 힘으로 개발한 KODAS를 기반으로 다양한 현장시험 및 장기운전 경험이 쌓여 현재 새로운 배전지능화시스템 개발로 이어졌다”며 “공급 위주에서 수요 중심으로 전력운용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이 시대에 배전자동화와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