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를 보라. 그러면 일본 경제가 읽힌다.”
서방 언론이 바라보는 도요타의 현주소다. 아베노믹스로 야기된 ‘엔저 현상’의 대표적 수혜기업 도요타가 진격을 재개하자, 차 업계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가 요동친다.
◇도요타 부활
1990년대 후반부터 지난 2007년까지 도요타는 세계 도처에 매년 여러 공장을 신설하며 급팽창했다.
하지만 무리한 확장 결과는 참혹했다. 2007년 리먼 쇼크로 세계시장 신차 수요가 급감하면서 공장가동률은 땅에 떨어졌다. 당시 도요타는 4000억엔 이상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그랬던 도요타가 절치부심, 8년만에 부활한 것이다.
도요타는 최근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실적 전망치를 대폭 상향 조정해 발표했다.
지난 2월 도요타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2014회계연도)이 전년보다 17.8% 늘어난 2조7000억엔(약 24조890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이전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치(9.1% 증가)보다 8.7%포인트 높은 수치다.
도요타 주가는 실적 개선 덕분에 지난 2년간 51% 급등했다. 반면 현대차는 같은 기간 12.6% 떨어졌다.
도요타는 최근 3년간 부품조달비용을 꾸준히 낮춰왔다. 국내외 공장을 개편하는 등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한때 1%에도 미치지 못했던 영업이익률은 올해 10%선에 근접했다.
◇중국에 승부수
도요타는 연간 1000만대 이상 차를 파는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다. 하지만 신차 판매만 연간 2000만대를 넘는 세계 최대 차시장 중국에선 여전히 고전한다.
도요타의 지난해 대중국 판매 대수는 103만대. 점유율은 불과 4%대다.
이에 도요타는 중국에 올인하기로 했다. 오는 2017년 광저우에 연산 10만대 능력을 갖춘 공장을 짓는다. 천진에도 증설 계획을 갖고 있어, 중기 목표(연 200만대 판매) 달성을 향해 대중국 공세를 강화한다.
‘과잉 투자’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도요타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중국에서 더 이상 밀리면 미래가 없는 절박함에서 이같은 결정이 이뤄졌다.
◇도요타 뒤에 아베 있다
도요타는 일본 차 생산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산하에만 1만2000개 하청 업체를 품고 있다. 도요타 일생산 계획은 지역 신문에 매일 보도될 정도다. 이 정도면 국민기업이라 해도 손색 없다.
정권 차원에서 도요타를 ‘관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요타 실적에 도움만 된다면, 엔저 기조 유지쯤은 쉽게 밀어부친다.
도요타 역시 아베 내각에 충성을 다한다. 매년 집권 자민당 기부액 단골 1위는 도요타다. ‘관제 춘투’라는 비아냥에도 불구, 최근 임금인상을 단행해 아베노믹스 기초를 다져준 것도 도요타다.
일본은 자동차 외 국제경쟁력을 갖춘 산업이 부족하다. 전기·소재 역시 차 관련 분야가 많다. 이같은 상황이 단시일내에 개선되지 않는 한, 도요타와 정권간 밀월 관계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주요 외신 분석이다.
<일본 자민당 기부금 납부 상위 10개사(2013년 기준)>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