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63>프로그래밍 교육

정부가 ‘소프트웨어(S/W)중심사회’ 전략에 따라 2018년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SW교육을 필수로 이수하게 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한다고 한다. 최양희 미창부 장관도 “SW교육은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력, 문제 분석능력 등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SW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가 전체적으로 중후장대한 산업구조로는 더 이상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어렵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래서 정부 경제성장 정책도 제조업 중심 하드웨어 산업에서 지식서비스 중심 SW산업으로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SW산업 중심 사회로 전환을 위해서는 21세기 지식창조사회 생존언어인 컴퓨터 언어를 잘 구사하는 인재가 많이 배출되어야 한다.

악보를 보고 악기를 잘 다루면 우리는 연주자라고 부른다. 이러한 연주자가 조금씩 자기 나름대로 악보 해석을 달리하는 수준에 가면 음악가라고 부른다. 음악가가 음악 영역을 벗어나서 창의적인 통섭의 단계에 이르면 예술가라고 부른다.

이러한 분류를 굳이 SW 쪽에 대입하면 첫 단계에서는 코딩을 하고, 그 다음에는 프로그래밍을 하고 그 다음에는 아키텍트로 간다. 코딩을 한다는 것은 주어진 작업을 기계적으로 해석하는 수준이고, 프로그래밍을 한다는 것은 적용 업무를 이해해서 프로그램을 설계, 개발하는 수준이고, 아키텍트는 프로그램 컴포넌트 상호간, 환경과 관계에 대해 정의한다. 또, 설계와 개선 시 지켜야 할 원칙을 포함하는 시스템 기본적인 구조를 말한다. 아키텍트가 되면 가희 예술가 경지에 이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KAIST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있는 김대식 교수는 “현재 초등학생에게는 분명히 다른 무엇을 가르쳐야 합니다. 국영수 학습은 200년 전 프랑스 공교육 시스템입니다. 산업혁명 당시엔 유럽인구 80%를 차지하는 농부들을 공장에서 일 할 수 있도록 해야 했어요. 글을 읽고, 쓰고, 계산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친거죠. 인공지능 시대에서는 ‘국영수’가 아닌 미래 기계로 할 수 없는 것들을 가르쳐야 합니다.” 라고 설파하고 있다.

SW를 가르친다는 것은 결코 코딩 교육이 아니다. 지금 SW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있는 분들도 당연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 과정은 본래 의도한 대로 되기보다는 항상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 학부모나 학생이 공교육 수준과 질에 대해 기본적으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SW교육도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초, 중고등학교에서 단순한 코딩교육을 하면 안 된다. 이들이 지금 배우는 프로그램 언어가 사회에 나올 때 쯤 되면 이미 시장에서 도태되어 있을 것이다. 교육은 최소한 30년을 내다보면서 설계해야 한다. 컴퓨터 성능도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컴퓨터 적용도 사물인터넷을 통해 사물 하나하나까지 연결되고 있다. 프로그래밍 방식도 기계언어에서 자연언어로 바뀌고 있다. 모듈이 컴포넌트화되고, 오픈소스, SaaS를 통해 프로그래밍이 많이 단순화 되고 직접 개발할 필요도 없게 바뀌고 있다. 물론 기본적인 엔진이나 플랫폼을 만드는 수준에서는 고도의 프로그래밍 능력이 필요 하겠지만 전 국민이 학교에서 프로그램 언어를 배워서 자기 앱을 자기가 만드는 사회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학교에서 영어 배우지만 영어로 먹고 사는 사람 몇 명이나 되나?

우리의 어린 학생이 사회 주된 일꾼이 될 시점, 20년, 30년 뒤에 필요한 인재는 앱을 빨리 잘 만들고 글로벌 시장에서 대박을 쳐서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그런 인재는 아니라고 본다. 지금 당장에는 그런 인재가 필요해 보이지만 그건 이미 늦었다. 이런 분야는 앞으로도 인도나 중국이나 필리핀 같은 나라 젊은이들이 우리보다 훨씬 더 잘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코딩 대신에 컴퓨팅적 사고를 가르쳐야 한다. 컴퓨터 과학의 이론, 기술, 도구를 활용해 현실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방식을 가르쳐야 한다. 컴퓨팅 원리를 활용해 문제를 분석하고, 요소 간 관계를 재정립하고, 문제를 재구성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고방식을 길러야 한다. 수많은 단순 프로그래머가 아닌 소수의 창의적인 아키텍터를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초중학교에서의 S/W 교육이 논리적 사고 능력, 창의력, 문제 분석능력을 배양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지 예제 문제 달달 외어서 내신성적 잘 받는 과목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인공지능으로 deep Learning한 컴퓨터가 스스로 작곡하고 연주하는 시대에 우리는 단순한 연주자를 양산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