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우리 기업과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수출 중소기업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수준에 다다랐다. 800원대 엔저 시대가 오면서 일본과 비슷한 구조를 갖는 우리 산업은 절규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절반 가까운 품목에서 경합한다. 해외 수출뿐만 아니라 일본 시장은 수출을 할수록 손해인 상황까지 발생해 조만간 일본 수출을 포기하는 업체가 속출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개선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엔저 경쟁력에 바탕을 둔 일본 기업이 탄탄해질수록 향후 공세는 더욱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억지로 버티고 있는 상황을 지금 바뀌지 않으면 영영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일본 기업이 엔저로 벌어들인 수익을 대대적으로 연구개발(R&D)에 투자하거나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적 판단이 기업 생사를 가를 수 있다.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잡았던 900원선이 무너졌다. 엔저가 한국 성장률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경고는 이미 나왔고 최대 위험 요인으로 부각됐다. 우린 여러 차례 엔저 위험을 넘어왔다. 이번에 좀 다르다. 상황과 속도가 지나치게 위험하다. 위협 발원지가 일본 정부 정책에 있다는 점도 걱정을 더한다. 일본 정부의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정책도 문제지만 일본조차도 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양적완화 조치를 중단할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냐는 우려다. 원·엔 환율 800원선 붕괴까지 걱정하는 이유다.
장기적으로 환율에 흔들리지 않는 경제·산업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그럼에도 이번 엔저 쇼크는 너무 길게, 그리고 경제 전반에 깊숙한 상처를 남길 우려가 크다. 지금 한국은 ‘엔저 쓰나미’에 속수무책이다. 더 무서운 것은 그 위력이 아직 우리 경제 중심부까지 도달도 안 한 상태라는 점이다. 시작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 이상 지켜볼 시간이 없다. 더 늦기 전에 대책이 나와야 한다. 과거처럼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전문가 지적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