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전기차 올림픽(EVS28)을 전환 계기로 삼자

[ET단상] 전기차 올림픽(EVS28)을 전환 계기로 삼자

1900년 파리에서 박람회와 올림픽이 열렸다. 행사 준비에 고심하던 박람회 준비위원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가 파리 지하철 개통이다. 당시에는 행사 지원 목적으로 지하철을 개통했지만 오늘날 대중교통체계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었다.

국내에서도 세계적 행사가 치러졌다. 하지만 질서의식을 고취시켰던 1988년도 올림픽을 제외하면 행사 후 이렇다 할 긍정적 평가를 받기 어려웠다. 오히려 재정난을 부채질했다는 부정적 문제 제기가 많았다. 최근 ‘물 포럼’만해도 그렇다. 내용이나 규모면에서는 세계적 행사인데 파리 박람회 파급효과를 비교할 때 뭔가 2% 부족한 느낌을 받는다. 바로 대회준비에는 온갖 힘을 쏟았지만 행사 후 ‘이를 계기로’ 기존 문제를 해소하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하려는 동기는 적었다고 본다.

3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는 ‘전기차 올림픽’으로 간주되는 ‘EVS28’이 개막했다. 글로벌 자동차기업이 미래형 전기차를 선보이고 각국 전문가 논문 발표와 열띤 토론으로 전기차정책 이정표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행사를 계기로 국내 전기차정책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 궁금증이 앞선다. 최근 국내 전기차 보급정책은 주춤하고 있어 이번 행사를 계기로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되리라는 기대감이 있다. 중국 전기차 보급은 규모나 속도에서 우릴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머지않아 국내 전기차산업 몰락이 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몇 가지를 제안한다. 핵가족, 고령화 및 저성장과 같은 메가트렌드를 감안할 때 전기차 기반 차량공유를 활성화하는 계기로 삼자. 국내 자동차문화는 아직도 불합리한 측면이 많은데 비용적으로 손해라고 뻔히 알고도 신분과시 목적으로 대형차를 선호하고, 특히 외국에 비해 신차 구입 집착이 강하다. 이는 친환경적 소형차를 선호하는 독일이나 실용적인 프랑스 자동차문화와 대조적이다. 그러나 온실가스 저감측면에서 엔진차를 전기차로 교체하는 것은 필요조건이 되겠지만 교통혼잡과 주차문제를 해소하는 충분조건은 못된다. 단순히 엔진차를 전기차로 대체하면 차량증가에 따른 교통 혼잡과 주차난이 심화되는 게 당연한 결과다. 따라서 향후 전기차정책은 개인을 대상으로 전기차 보급 수를 늘리는 데 급급하지 말고 전기차를 보급할 때 노후차량을 폐차하도록 유도하거나 창의적 민간사업자가 전기차 공유사업을 조기에 활성화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 방식에도 전환이 필요하다.

세계 전기차시장에서 국내기업 기술지배력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국가차원에서 전기차 요소기술개발에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선진국 기술을 최단 시간 내 습득해 저가 정책으로 시장지배력을 늘려갔던 ‘추종전략’은 이미 한계를 맞고 있다. FTA 시대에서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지원금 및 세금혜택 차별화는 더 이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기차 기술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표준화하는 데 국내 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도요타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는 핵심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면서 특허출원 등 기술지배력을 늘려간 결과 오늘날 하이브리드 차량 부문 시장점유율은 거의 독점적 수준이다.

이번 EVS28은 많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진정한 EVS28 성과는 향후 국내 교통체계가 전기차 기반 체계로 전환되었는가, 국내 전기차산업 지속적 성장이 이루어졌는가에 달려 있다고 본다. 그래서 EVS28이 이러한 전환 이정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상규 한국교통연구원 본부장 skhwang@ko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