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두 발로 달리는 로봇을 조만간 보게 될 전망이다. 미국 연구진이 개발한 이족 보행로봇이 처음으로 잔디밭을 달렸다.
미국 오레곤주립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이족 보행로봇 ‘에이트리어스(ATRIAS)’가 최근 잔디밭과 언덕에서 첫 필드 테스트를 성공리에 마쳤다고 사이언스데일리가 5일 전했다.
에이트리어스는 사람만한 크기로 기존 로봇보다 에너지 효율성이 높다. 두 다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목표점에 빠르고 정확하게 도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족 보행로봇의 가장 큰 문제였던 균형성도 해결했다.
이번 필드테스트는 에이트리어스가 잔디밭을 걷거나 언덕을 오르내릴 때 균형감각을 유지하며 능숙하게 이동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진행됐다. 속도는 시간당 최소 3마일 이상(시속 4.842㎞)의 정상 보행 속도에 맞춰 진행됐고 지형을 바꿔 로봇의 이족 보행 기술을 증빙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진행 도중 고무공을 가볍게 던져 이를 견딜 수 있는지도 검증했다. 실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크리스티안 휴빅키 오레곤주립대학 박사학위 연구자는 “에이트리어스는 다른 인간 크기의 이족 보행로봇보다 에너지 효율성이 3배 이상 높다”며 “이번 실험은 로봇이 실제 현장에서 유용하고 실용적으로 쓰일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이었다”고 말했다.
에이트리어스에는 리튬폴리머 2차전지로 돌아가는 6개 전동기가 탑재됐다. 기존 보행로봇이 쓰는 것보다 배터리팩 크기를 줄여 다리 부분 탄성 설계에서 에너지 효율성을 확보했다. 타조 등 동물의 다리 근육 움직임을 분석해 만들어졌다.
조나단 허스트 오레곤주립대학 기계공학 교수는 “다리가 달린 동물은 달리기 시작할 때 발생한 운동에너지를 근육과 힘줄을 활용, 꾸준히 사용한다”며 “에이트리어스도 동물에서 영감을 받아 유동적으로 다리 부분이 움직일 수 있도록 제작됐다”고 말했다.
실제 사람 다리 근육의 움직임도 본땄기 때문에 향후 하체 근육이 약화된 사람을 걷게 만드는 기계 다리 등에도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내다봤다. 연구진은 “움직일 때 효율성을 개선해 향후 재난 대응 등 위험한 상황에서 로봇이 사람 대신 투입될 수 있도록 군용으로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