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이 시장 예상치보다 1000억원 이상 낮은 500억원 미만 가치로 청산되면 채권단과 팬택 직원 누구에게도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동산 개발회사인 CKT개발은 팬택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고 연구개발(R&D) 역량을 사물인터넷(IoT) 사업에 집중해 부활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KT개발(대표 이상규)은 6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플랫폼을 이용한 팬택의 노키아식 부활’ 방안을 소개했다. CKT개발은 지난달 팬택 공개매각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법원으로부터 자격미달 판정을 받았다. 현재 법원에 청원서와 이의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CKT개발은 화교를 위한 영주권제도를 입법화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출발해 한국과 중국에서 7개 기업과 학교법인을 운영하고 있다고 자사를 소개했다. 오는 9월 중국 칭화지주회사(칭화대학교 지주회사), 포스코엔지니어링, 한국뉴욕주립대학 등과 협력해 인천 송도에 창업공동체인 ‘칭화과기원’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마트병원, 스마트시티 등 IoT 사업과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이 칭화과기원 설립 목적이다. 팬택이 보유한 고급 연구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칭화과기원을 중심으로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CKT개발에서 팬택 인수를 담당하는 심영택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 말 팬택 청산가치가 1505억원으로 추정됐지만 현재는 공장과 산업재산 등을 합해 총 461억원 정도로 추정된다”며 “체불임금이나 퇴직금마저도 온전하게 변제가 어려운 데 청산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팬택 연구인력 100명은 IoT R&D 개발에 투입하고 나머지 인력은 무급 휴직상태로 2~3년에 걸쳐 재취업 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사업은 철수한다. 대신 팬택이라는 브랜드는 계속 유지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달할 수 있는 총 자금은 2000억원으로 정확한 인수가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CKT개발은 지난해 매출과 재정상태를 묻는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회피하면서 의혹을 남겼다. 왜 팬택과 직접 접촉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우선협상 자격이 없기 때문에 만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구체적 채무 변제계획이 미비한 점과 관련해서는 실사 없이는 채권 규모를 알 수가 없어 구체적 계획을 세우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CKT개발을 인수 부적격업체로 판단한 것은 CKT 개발의 실체가 모호하고 회생 계획안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라며 “지금 같은 계획으로는 법원의 결정이 달라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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