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에너지시장 초미의 관심사는 유가 급등락이다.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유가는 2014년 하반기 들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작년 11월부터는 급격히 하락해 올해 초엔 4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잠시 반등하며 60달러를 밑돌더니 다시 60달러 선을 회복했다.
유가 급등락은 이번이 처음 일은 아니다. 2008년 말 유가 급락을 보면, 그해 7월 140달러를 웃돌던 유가는 5개월 만에 40달러 이하로 급락했다. 그러나 2009년 5월에는 60달러를 넘었고, 2010년 들어서면서 80달러 수준에서 등락했다. 같은 해 10월부터는 상승세를 지속해 2011년 1분기 말부턴 100달러를 기준으로 등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다시 말해 80달러 공백을 다시 채우는 데 1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물론 지금이 유가 급등락이 2008년 같지는 않다. 2008년은 세계적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이 주원인이었으나, 지금은 수요와 동시에 공급 측면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짧은 시간 내에 유가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저유가 기간이 길어지면 세계 LNG 산업은 커다란 타격을 입는다. 미국을 제외한 모든 LNG 수입국은 유가 혹은 석유제품과 가격이 연동된다. 결국 유가 하락은 지금까지 진행해 온 LNG 프로젝트의 경제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저유가가 일정기간 지속된다면, 직접적으로 호주와 캐나다 LNG 프로젝트들이 영향을 받아 가동시기가 지연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셰일가스 혁명을 불러일으킨 미국의 가스 생산 및 LNG 프로젝트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미국 헨리허브 가스 가격은 2008년 12달러/MMBtu(Million Metric British thermal unit)를 상회했지만, 생산 증가로 올해 3월에는 3달러를 밑돌았다.
미국 셰일가스 생산지(play)를 산출물 중심으로 구분하면, 가스만 생산되는 건성 생산지(dry play)와 가스와 유류가 동시에 생산되는 습성 생산지(wet play)로 나눌 수 있다. 건성 생산지는 헨리허브 가격이 급락한 이후 옥석을 가리는 과정이 이어졌다. 일부 습성 생산지는 유류 부문에서 이익으로 가스 생산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저유가가 지속된다면, 새로운 습성 생산지 개발에 어려움이 발생하게 되면서 향후 셰일가스 생산도 주춤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한편으론, 가격 경쟁력 변화로 미국 LNG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미국에서 LNG를 도입할 예정이다. 도입가격은 기존 LNG 도입과는 다르게 유가가 아닌 헨리허브 가격에 연동된다.
수송비 부담을 고려할 때, 미국산 LNG는 유가는 배럴당 80달러, 헨리허브 가격은 6달러/MMBtu 수준일 때 기존 유가 연동 LNG에 비해 경쟁력을 잃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유가 수준에선 헨리허브 가격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되면서, 향후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LNG 프로젝트 지연도 가능한 상황이다.
최근 우리나라 일부에서는 앞으로 LNG 도입계약을 할 때 유가 연동 가격체계를 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미지역 LNG 도입을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천연가스 거의 전량을 수입하는 입장에서 보면 북미지역 LNG 도입은 도입처 다변화를 의미한다. 더불어 상이한 가격체계를 가진 LNG를 도입함으로써 도입가격 불안정성을 줄일 수 있다. 또 도입 계약 추진 시 가격 조건에 또 하나의 옵션을 갖게 될 것이다.
이기호 가스공사 경영연구소장 Ikh@koga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