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으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았습니다.”
임태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원장은 고은 시인의 ‘시의 황홀’을 추천했다. 시의 황홀은 고은 시인의 시 100편 중 명구만을 뽑아 소개한 책이다.
![[CEO와 책]임태훈 KIST 부원장이 추천하는 `시의 황홀`](https://img.etnews.com/photonews/1505/682556_20150507134550_938_0001.jpg)
임 부원장은 시로만 접했던 고은 시인을 KIST가 인문·예술과 과학의 접목을 위해 진행하는 ‘창의포럼’을 통해 만나봤다. 창의포럼에서 겪은 고은 시인의 인품이 훌륭해 그의 시까지 찾게 됐다.
시의 황홀에서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시는 ‘그 꽃’이라고 말했다. 그 꽃은 ‘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못 본 / 그 꽃’ 이라는 짧은 시다.
임 부원장은 “그 꽃은 잘 될 때 조심하라는 뜻도 되고, 여유를 가지라는 뜻도 되는 등 여러 의미가 있어 마음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부탁’이라는 시도 소개했다. 이 시는 자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라고 했다.
임 부원장은 “사람들은 대부분 위를 보며 살고, 가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남을 부러워한다”면서 “외롭다, 괴롭다고 하는 자녀에게 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도 있으니 감사하며 살라는 뜻에서 들려주고 싶은 시”라고 설명했다.
반복과 습관으로부터 벗어나라는 내용의 ‘낯선 곳’이라는 시는 연구자로서 와 닿았고 말했다.
임 부원장은 “연구하는 사람은 새로운 지평선을 찾는 여행자”라며 “연구자로서의 자세와 익숙한데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찾으라고 말하는 이 시가 맥이 통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임 부원장은 학교를 졸업한 뒤 시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다.
그는 “학생 때는 시를 꽤 많이 외웠다”면서 “문예사조별 대표시는 물론이고 교과서에 없는 시까지 외우고, 그 시를 하나하나 해석했다”고 회상했다.
시를 읽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위해 시를 분석하고 암기했기 때문에 시에 대한 관심이 생기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시를 접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비단 시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점수와 등수에 집착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도 안타까워했다.
임 부원장은 “김연아 선수의 아름다운 피겨 경기를 보면서 한국 해설자는 이 동작은 몇 점이고 가산점이 몇 점이라는 식으로 해설했다”면서 “같은 경기를 보며 외국 해설자는 ‘아름다운 나비가 나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금메달과 점수에 집착해 피겨 경기를 점수로만 봤는데, 외국에선 피겨를 예술로 봤다”고 했다.
고은 시인과의 만남이 있기 전까지는 임 부원장도 해설자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제 2달여가 지났지만 고은 시인과의 만남을 계기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했다.
임 부원장은 “시를 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고 해설서가 없어도 마음이 느끼는 대로 시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면서 “여유를 갖고 시를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