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주소(IP address)는 인터넷망에서 이용자 또는 제공자를 식별해 인터넷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다.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는 2011년 2월 현재 주소체계(IPv4) 자원 고갈을 선언했다. 궁극적인 해결방안은 무한대에 가까운 주소를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주소 체계 IPv6를 도입하는 것이다.
인터넷 주소가 부족해지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사용자 간 상시 연결이 필요한 P2P 서비스는 기존 방식으로 고객의 품질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사물인터넷(IoT)이 활성화돼 많은 개체가 인터넷에 연결되게 하려면 별도 고유식별 인터넷주소를 할당해야 한다.
IoT 외에도 다양한 신규 정보서비스가 인터넷주소가 없이는 상용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
국내 IPv6 도입 수준은 OECD 가입 국가 중 하위권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2014년 발간한 ‘무제한인터넷주소(IPv6) 확산 로드맵’에 따르면 스위스 IPv6 이용률이 12.5%인 반면에 한국은 0.01% 수준이다. 중국 1.13%에도 크게 뒤진다. IPv6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2004년 이후로 10여년간 네 차례에 걸쳐 IPv6 전환 정부 종합대책이 마련됐다. 하지만 국내에서 IPv6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 비율은 1% 미만으로 매우 낮은 실정이다(2015년 3월 기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2014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형ISP는 인터넷주소 부족에 대비해 IPv6로 주소체계 전환을 추진 중이다. 반면에 중소ISP 50.7%는 인터넷주소가 부족하다고 답하면서도 72.0%가 IPv6로 전환할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지자체와 공공기관 7.1%만이 인터넷주소가 부족하다고 응답했고, 이 중 85.7%는 IPv6로 전환할 계획이 없다. IPv6를 도입하지 않거나 도입이 지연되는 이유로 대형ISP는 IPv6에 대한 수요 부족을, 중소ISP는 네트워크장비 등 전환비용 부담을 꼽았다.
ISP에 대해서는 투자비용을 상쇄할 만한 신규 서비스 발굴을 지원해야 한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에는 담당자의 기술적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교육 확대가 요구된다. 수요 부족, 투자비용 부담, 기술전문성 부족 등 전환 지연에 대한 응답은 KISA 조사가 실시된 수년간 지속적으로 확인된 내용이다.
정부 정책도 지금까지의 다양한 지원책과 함께 앞으로는 실제 수요를 발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전자정부 등 공공정보화사업에 IPv6 도입을 의무화해 신규수요를 창출하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공공부문에서 신규 수요를 창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기업에 도입을 독려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대규모 투자가 소요되는 IPv6 전환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인터넷주소 관리에 대한 무관심과 비전문성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해결해야 한다. IPv6의 잠재적 효용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를 추진하는 것도 이용자 수요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유효한 정책이다. IPv6를 이용하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의 발굴도 아이디어 공모, 벤처업체 지원 등의 방식으로 추진해 볼 수 있다.
기업 간 경쟁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련 사업 발주 시 IPv6 장점을 잘 활용한 제안서에 가점을 주는 방식도 가능하다. IPv6를 사용하는 신규 통신사업자에게 사업면허를 부여하는 방법도 있다. 프랑스는 ‘Free’라는 신규 ISP가 2007년 말 5주 만에 IPv6 인프라를 구축해 2008년 말 기준으로 세계 최대 IPv6 ISP가 됐다. 혁신적인 신규 사업자가 통신시장에 추가된다면 소비자의 IPv6 잠재 서비스 수요를 발굴하고 국내 IPv6 도입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김태성 충북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 kimts@chungb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