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기업] <12회> 페가트론

[주목! 이기업] <12회> 페가트론

대만 페가트론이 전자기기 수탁제조서비스(EMS) 업계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혼하이정밀을 바짝 추격하며 업계 2위로 올라섰다.

대만 에이수스 그룹 소속이던 페가트론은 에이수스가 자체 브랜드를 강화하면서 수주에 어려움을 겪자 계열 분리됐다. 초기 EMS 시장에서 후발 주자로 고전하면서 한때 ‘미운오리새끼’로도 불렸지만 최근 성장세가 무섭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197억대만달러(약 36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주가는 지난 2월 말 처음으로 혼하이정밀과 비슷한 수준을 보인 뒤 이달 6일 종가 기준 혼하이정밀을 앞질렀다. 올해 들어 주가 상승률은 24%에 육박한다. 페가트론은 초기 노트북 PC EMS를 시작으로 지난 2010년부터 스마트폰이나 생활잡화 상품 디자인 등으로 관련 상품을 다변화했다. 최근 성장세는 특히 스마트폰 수주가 점차 늘어난 효과로 분석된다.

올 1분기 페가트론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3배 늘어난 63억대만달러(약 2240억원)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25% 증가한 2742억대만달러(약 9조7500억원)로 1분기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다.

제이슨 쳉 페가트론 최고경영자(CEO)는 “생산 효율화와 수율 향상이 실적 호조에 기여했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페가트론 급성장은 애플 아이폰 수탁제조 영향이 크다. 혼하이정밀이 독점하던 아이폰 수탁제조사업 진출이 효자노릇을 했다. 애플은 제품 공급 차질 등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생산 다각화를 진행했다. 페가트론은 이 틈을 파고들며 지난 2010년 아이폰 생산 수주를 따냈다.

회사는 노트북 주문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애플 신뢰를 얻었다. 기업 모체인 에이수스 넷북을 다른 업체보다 먼저 발매할 수 있었던 기술력과 단말기 외관 완성도를 높이는 마무리 설계 능력 등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금속, 플라스틱 등 소재 성능을 높이는 노하우도 갖췄다. 대만 관계자는 “에이수스가 과거 애플 MP3 플레이어 아이팟을 수탁 생산하며 기술력이 증명된 것도 아이폰 수주에 장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페가트론은 아이폰4 수주를 시작으로 지난 2013년 애플이 출시한 저가형 아이폰 5C 대량 생산 공급 업체로 자리잡으며 단숨에 업계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지난해에는 애플 최신 아이폰6 공급 물량 30%를 주문 받았다.

회사는 올해 출시될 차기 아이폰 생산에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최대 3억달러(약 3300억원)를 투자해 중국 강소성 소주에 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높아지는 애플 의존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애플 주력 생산공장이 되며 외부 견제가 심해지는 등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에는 미국 노동인권단체에서 중국 공장 노동시간이 크게 초과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일도 있었다.

회사는 제품 다각화를 통해 높아진 애플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도 실시할 계획이다. 올 1분기 통신장비 매출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동기 38%에서 늘어난 63% 수준이다. 쳉 CEO는 “소수 고객과 제품에 너무 집중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애플 이외 고객을 늘려 다양한 품목 생산으로 사업 성장을 안정화하는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페가트론 기업 개요 (자료: 페가트론)>


페가트론 기업 개요 (자료: 페가트론)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