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분배기(스플리터), 포토다이오드, 광트랜시버 등 광통신소자는 4년 전만 하더라도 효자산업으로 촉망받던 분야다. 정부는 10여년 전 8500억원을 투자해 광주 광통신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했다. 광주시 역시 광통신 산업에 큰 애정을 갖고 있었다. 광통신소자는 스마트·모바일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산업군이다.
빛을 여러 가닥으로 분배하는 광분배기는 한때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 80%를 점유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기도 했다. 대규모 투자와 신규인력 채용이 연이었다. 하지만 불과 4년 사이 광통신소자 산업은 고사위기에 처했다. 상당수 업체가 경영 악화로 문을 닫거나 적자 상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30~40명씩 구조조정을 실시한 곳도 많다.
표면적으로는 업계 간 과당경쟁과 중저가 중국 제품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한 게 주요 요인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광통신소자 산업이 위기에 처한 것과 현재 통신장비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맥락을 같이 한다.
뚜렷하고 지속적인 지원 정책이 없었다. 관련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에는 소관 업무가 없어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말 처음으로 관련 예산을 확보했다. 광주시는 정책 담당자가 바꿀 때마다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지 못했다. 중국 업체가 원가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잠식할 때도 대책을 마련할 컨트롤타워는 없었다.
이동통신사도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기술과 신제품의 가치를 보존해주려는 노력이 아쉽다는 것이다. 장비 도입 시 기술보다는 가격 위주로 결정을 하고 있어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광분배기 개발업체 한 관계자는 “광통신 소자 분야는 중소기업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고 이들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면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며 “하지만 ‘동반성장’이라는 인식을 갖춘 고객사가 많지 않다 보니 결국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고 털어놨다.
그는 한두 번 단기 지원이 아니라 중장기적 로드맵을 중심으로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통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협조와 협력을 위한 전반적인 분위기 조성도 뒤따라야 한다.
이 관계자는 “국내 업체 간 과당경쟁과 수요와 공급에 대한 판단 실수, 중국 업체의 급성장도 상황을 악화시킨 요인”이라며 “하지만 기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문화와 연속성을 갖춘 지원책이 없다면 광통신소자 분야 경쟁력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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