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비싸고 가치가 높은 물건일수록 위·변조 제품 식별에 대한 필요성은 높다. 홀로그램, 바코드, 전자태그(RFID) 등 다양한 기술이 사용되고 있지만 위조 수법 역시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추세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연구진은 새로운 위조 상품 감별, 정품 인증 기술에 적용할 수 있는 형광잉크를 개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잉크는 정상적인 빛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자외선을 비추면 모양이 나타난다. 지폐, 위스키 병, 명품 가방 등 고가 상품에 바코드나 QR코드 형태로 새겨 인증 기호로 활용할 수 있는 잉크다.
잉크는 식품첨가물, 탈취제 주성분 등으로 쓰이는 시클로덱스트린과 결합제를 활성성분(헤테로로탁산)과 혼합해 만들어졌다. 성분 결합 방식에 따라 빨간색에서 노란색과 녹색 스펙트럼으로 변화한다. 시클로덱스트린이 많이 첨가될수록 잉크는 자외선 아래에서 빨간색에서 노란색으로 그 뒤에는 녹색으로 바뀐다.
잉크 성분을 조금씩 바꾸는 것으로 다양한 색상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 일종의 내장형 분자 암호도구를 제공한다는 의미이다. 연구진은 자외선 빛 아래에서 스마트폰으로 읽을 수 있는 단색 바코드와 QR코드를 종이 위에 잉크젯 프린터로 인쇄하는 방식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종이 표면에 따라 색상이 달라져 위조지폐 등에 사용되는 용지 감정에도 활용할 수 있다. 같은 성분 비율의 잉크 혼합물이 일반적인 복사용지 위에서는 오렌지색으로 보이지만 신문지에서는 녹색으로 보이는 식이다. 잉크 성분 비율과 사용 용지 등 다양한 임계변수를 설정할 수 있어 모든 정보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사실상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형광잉크로 생성한 정보를 확인하는 인증 기술도 함께 개발했다. 형광잉크로 인쇄된 이미지를 인증용 물수건으로 닦으면 자외선 아래에서 이미지 색이 변화한다. 색 변화 과정이 동적이기 때문에 위조범이 초기 형광색을 모방할 수는 있어도 색 변화 과정을 복제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형광잉크가 특정 정보를 암호화하거나 브랜드 상품 인증용도 등에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