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터치패널에 나노신소재를 적용한다.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인듐주석산화물(ITO) 기반 전도성 투명필름을 은나노와이어(AgNW) 소재로 대체해 터치감을 높이고 원가도 절감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은나노와이어 기반 터치스크린패널(TSP) 업계도 서둘러 제품 상용화에 나선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최근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재팬디스플레이 등 주요 디스플레이 공급처에 양산검증용 ‘은나노와이어(AgNW)’ 터치패널 샘플을 요구했다.
업계 복수 관계자는 “애플이 최근 양산검증용 은나노와이어 터치패널 샘플을 요구했고 일부 업체는 이미 전달했다”며 “내년에 출시되는 대화면 아이패드 등에 우선 적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은나노와이어 소재는 종전 ITO보다 유연성이 뛰어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에 최적화된 터치스크린패널을 구현할 수 있다. 감압식 터치 방식에 용이하다. 감압 터치는 누르는 압력에 따라 선 굵기를 달리할 수 있어 그림을 섬세하게 그릴 수 있다. 애플은 12인치 신형 맥북부터 감압터치(포스 터치) 기능을 넣을 것으로 알려졌다.
은나노와이어 필름은 은염에 촉매제를 사용해 일정한 굵기와 길이의 가느다란 와이어(실선)를 추출, PET 필름에 코팅해 만든다. 와이어 굵기가 얇고 균일할수록 시인성과 투과율이 좋다. 햇빛에 노출되면 뿌옇게 보이는 ‘헤이즈(Haze)’ 현상이 문제시돼 왔지만 최근 기술 개발로 개선됐다.
애플은 은나노와이어 터치패널을 적용해 터치감 향상은 물론이고 TSP 두께를 줄이고 제조단가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증착 공정을 거쳐야 하는 ITO 필름 제조에 비해 은나노와이어 필름은 코팅 방식이라 수율과 제조 원가를 줄일 수 있다. 희소금속인 인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원재료 확보가 수월하다. 와이어 형태라서 구부리거나 꺾어도 전기 신호가 끊기지 않아 향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도 활용할 수 있다.
국내는 이엔에이치, 나노픽시스 등 일부 중소 업체가 은나노와이어 필름 기반 TSP 개발에 성공해 소규모 양산을 하고 있다. 대기업 중에는 LG전자가 최근 독자 생산체제를 갖춰 양산하고 있으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SDI와 은나노와이어 TSP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애플은 은나노와이어 터치패널과 함께 사파이어 글라스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은나노와이어 터치패널에 초박형 사파이어 글라스를 적용하면 두께와 무게까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지속적인 소재 변화로 제품 혁신에 나서고 있다”며 “내년에 은나노와이어 TSP가 애플에서 상용화된다면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계도 새로운 소재 적용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