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어벤져스:에이지오브울트론’에는 염력을 이용해 물체를 이동시키거나 사람의 생각을 조종하는 스칼렛 위치가 등장한다. 영화는 스칼렛 위치가 생체실험을 통해 이 같은 능력을 갖게 된 것으로 설명한다.
염력, 텔레파시는 오랫동안 공상과학(SF) 소재였다. 아직까지 완전히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인간의 뇌는 그 자체로 신비롭기에 오랫동안 초과학적 세계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인류가 뇌를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초능력자가 아니더라도 뇌파를 이용해 물리력을 발휘하는 것이 머지않은 미래에 가능할 전망이다.
뇌를 통해 기계를 조작하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brain-machine interface)는 이미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2004년 미국 브라운대 존 도너휴 교수팀은 사지가 마비된 25세 청년 뇌에 반도체 일종인 ‘브레인게이트’를 이식했다. 이후 환자는 생각만으로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고 로봇 의수를 사용하는데 성공한다.
과학자들은 최근 사람 뇌를 직접 잇는 연구에 집중한다. 뇌-뇌 인터페이스(BTBI, Brain to Brain interface)가 대표적이다.
여러 대학에서 연구 중인 BTBI는 뇌를 통해 직접 소통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른바 ‘마음 인터넷’이다.
예를 들어 내가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느낌과 경험을 그곳에 가본 다른 사람 뇌를 통해 받아 볼 수 있다. 간밤에 꾼 꿈을 저장하고 이것을 남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황당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미 조짐이 나타났다.
2013년 8월 12일 미국 워싱턴대. 뇌전도(EEG) 헬멧을 쓴 두 사람이 비디오게임기 앞에 앉았다. 한 사람은 화면을 보고 상상만 하고 한 사람은 콘트롤러를 잡았다.
송신자가 오른팔을 움직여 총을 쏘는 조작을 상상만 했는데 이때 뇌에서 발생한 신호를 EEG 헬멧과 인터넷을 통해 전달하자 수신자가 실제로 오른팔을 움직였다. 말과 글처럼 별도 장치를 통하지 않고 뇌와 뇌가 직접 커뮤니케이션 한 결과다.
이론물리학계 석학 미치오 카쿠는 ‘마음의 미래(The Future of the Mind)’에서 이 같은 연구로 인간 정신이 육체에서 벗어날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예견한다.
사람 의식으로 컴퓨터로 옮기거나 인간 수명으로 불가능한 우주여행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인간 뇌구조를 완전히 분석한다는 전제 아래에서 말이다.
인간 뇌는 약 1.4㎏. 이 속에 1000억개 뉴런(신경세포)이 밀집했다. 말 그대로 작은 우주다. 이 우주를 향한 인간의 도전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뇌가 어떤 가능성을 품었는지, 또 인류가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 백지 상태다. 인류 진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