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1983년 이후 우리나라 전체 사망원인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암 사망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최근 전체 사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었다. 국민 4명 중 1명 이상 암으로 사망하는 셈이다.
사망원인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 치료방법으로는 외과수술, 방사선 요법, 생물요법, 화학요법 등이 있다. 이 중에서 화학요법으로 사용하는 항암제는 암세포 세포 분열을 저해함으로써 세포에 대한 독성을 나타내 암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문제는 항암제가 정상세포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줘 골수손상, 조혈작용억제, 면역억제 등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항암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치료 효과를 상승시킬 수 있는 항암제 부작용 억제제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개발된 항암제는 암에 대한 특이적 선택성이 없어 치료효과와 독성효과가 겹치는 특성을 보인다. 항암제 치료 효과를 상승시키기 위해 항암제 부작용 억제제 개발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골수조혈줄기세포를 이용해 대표적 항암제 부작용인 골수손상을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 ‘뉴로펩타이드Y(NPY)’를 발견했다. 연구결과는 심각한 항암제 부작용인 골수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약물 개발의 새로운 표적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NPY는 신경전달물질인 뉴로펩타이드 중 하나로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에서 풍부하게 분비돼 식욕중추를 조절하거나 다양한 물질 대사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경북대학교 배재성·진희경 교수팀은 항암제 중 하나인 시스플라틴을 투여한 생쥐의 골수손상이 NPY 주입에 의해 완화됨을 확인했다. 이는 NPY가 골수조혈줄기세포 생존을 조절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임을 규명했다.
항암치료 중 시스플라틴이 포함된 항암제를 이용한 화학약물치료법은 다양한 부작용을 야기한다. 그 중 골수 손상은 주요한 부작용 중 하나로 실제 항암제 치료를 받은 암환자에서 급성골수손상이 나타난다.
항암제에 의한 골수손상은 골수 재생성에 관여하는 조혈줄기세포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만성적인 골수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곧 암환자에게 화학약물치료법을 지속할 수 없게 됨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유전적으로 NPY가 결핍된 쥐는 골수 내에 조혈줄기세포 수가 감소돼 있고 이는 조혈줄기세포 생존과 유지에 필수적인 골수 내 신경세포와 내피세포 사멸로 인한 것임을 밝혀냈다. NPY와 항암제를 함께 투여한 생쥐는 골수 내 신경세포와 내피세포 감소가 나타나지 않고 조혈줄기세포도 감소하지 않았다.
새로운 골수를 이식했을 때도 골수형성이 잘 돼 생쥐 생존율이 높아졌다. 반면 대식세포에 NPY와 반응하는 Y1 수용체를 발현하지 않는 생쥐에서는 항암제에 의한 골수손상이 NPY를 함께 투여해도 완화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NPY가 항암제의 대표 부작용인 골수손상 예방 및 억제제로 이용될 수 있는 새로운 인자임을 규명한 것이다. NPY 투여로 인한 골수조혈줄기세포 조절이 항암제로 인한 골수손상을 완화시키는데 효과가 있음도 입증했다.
연구팀은 “NPY는 인체에서 합성되는 펩타이드로써 안전성이 확보돼 있어 항암제와 병용 투여해 항암 효과는 유지하면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며 “향후 임상 적용에도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화학약물치료요법에서 신장결손 등 다른 부작용 완화에도 NPY가 관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